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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타나모 수감자도 민간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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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타나모 수감자도 민간재판"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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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이 12일 관타나모 수감자들에 대해 민간법정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조지 W 부시 정부의 일방적 ‘테러와의 전쟁’정책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임기 말에 들어 유럽을 고별 순방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미 대법원 판결에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에 수감된 외국인 테러 용의자들도 자신들의 ‘영장 없는 구금 상태’에 항의, 민간법정에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미 헌법상의 권한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불법적 인신구속에 대해 개인이 항거할 수 있는 권리인 인신보호권을 폭넓게 해석한 이번 판결은 9명의 미 대법관들 중 찬성 5, 반대 4로 채택됐다.

미 대법원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안보는 서로 융화될 수 있다”며“미국의 헌법과 법률은 비상한 상황에서도 유지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9ㆍ11 테러’등에 연루된 알 카에다 및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들을 ‘적 전투원’으로 규정해 영장없이 무기한 구금해온 미 정부는 앞으로 민간 법정에서 이들에 대한 구금 이유를 하나하나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정부의 테러용의자 구금 정책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판결”이라며 “인신보호권은 끝없는 남용의 속성을 지닌 정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현재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돼 있는 270여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대법원 판결 후 부시 대통령은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와의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를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법원의 판결에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은 심각하게 분열돼 있으며 나는 이번에 반대의 뜻을 밝힌 판사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는 미국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서로 엇갈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적 전투원의 인신보호권을 보장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소수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힌 반면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는 “법치국가의 기틀을 다시 다지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며 환영의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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