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선착장에서 한강으로 투신한 시민을 발견했을 때 강남쪽, 강북쪽 어느 경찰서가 수사를 해야 할까. 경찰이 한강 투신사건을 놓고 관할 구역을 따지며 늑장 조사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3시. 서울 여의도 선착장에서 30대 여성이 한강으로 투신했다는 신고가 영등포경찰서와 영등포소방서에 접수됐다. 급히 출동한 영등포 수난구조대는 수중 수색작업을 펴 마포대교 방향 100여m 지점에서 이 여성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 이후였다. 사건발생 지점이 영등포ㆍ마포ㆍ용산서 관할 경계지역인 탓에 각 경찰서가 신원확인, 투신동기 등 사건 수사를 다른 경찰서로 떠넘기려 했던 것.
영등포서가 “마포대교 인근 한강에서 일어난 사건은 마포서 관할”이라며 사건을 넘기려 하자 마포서는 “선착장 주변은 영등포서 관할”이라고 맞섰고, 결국 영등포서 여의도지구대 경찰관들이 조사를 위해 출동했다.
하지만 영등포서는 ‘한강에서 일어난 투신 사건은 강북쪽 경찰서가 관할한다’는 경찰 내부규정을 근거로 사건을 강 건너편 용산서 원효지구대로 이첩했다.
그러나 원효지구대는 1차 조사후 “여의도 선착장 인근에서 투신한 만큼 영등포서가 맡아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영등포서로 돌려보냈다. 영등포서에 접수된 사건이 마포서와 용산서를 거쳐 다시 영등포서로 넘어온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한강 투신 사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북쪽 경찰서가 수사를 맡을 필요는 없다”며 “신속히 사건 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서가 맡아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는 일반 변사 사건 수사를 꺼리는 게 현실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덤터기’까지 쓰기 싫은 것이다.
한편 영등포서는 14일 저녁 숨진 이 여성이 천모(35)씨라는 점을 확인하고, 주변 인물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진실희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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