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수노동조합 산하 화물연대가 운송료 인상과 경유값 지원 등을 요구하며 어제 새벽부터 총파업해 전국 주요 항만과 사업장의 물류대란이 현실화했다.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전체 화물차의 3% 남짓하지만, 컨테이너 수송물량의 22%를 담당하는 데다 비조합원 화물차의 파업 동참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군 인력ㆍ장비 투입 등의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는 한편 파업 중단을 위한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문제는 안팎으로 진퇴양난에 처한 우리 경제의 처지를 이유로 무턱대고 파업 자제를 주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5t 화물차로 서울-부산을 이틀에 걸쳐 왕복할 경우 화주로부터 90만원을 받지만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알선수수료, 밥값, 차량유지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1만원 남짓이라니, “파업이 아니라도 차를 세워놓을 판”이라는 하소연이 가슴에 와 닿는다. 2003년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운송시스템과 운송료 체계를 전혀 개선하지 못한 정부의 무신경과 화주의 무성의는 비난 받아도 싸다.
그러나 ‘생계형 파업’이기에 오히려 해결책이 쉽게 마련될 수도 있다. 하이트맥주 홍천공장이 좋은 예다. 이 공장은 지난 달 화물연대측 차주들에게 고유가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최근 부진한 경영상황도 솔직하게 밝혀, 당초 40%의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던 차주들과 사흘 만에 29%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처럼 진솔한 상생의 자세로 서로가 양보해 운송료 협상을 타결해 물류 마비를 막은 사업장은 어제까지 10여 개에 달한다.
화물연대의 요구에는 화주를 대상으로 한 운송료 30% 인상뿐 아니라 유가보조금 지원 확대, 경유세금 인하, 표준요율제 시행 등 정부가 풀어야 할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판을 들어 엎자고 덤비는 것이 아닌 이상, 정부-화주-차주의 3자가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며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당장 가능한 것도 있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을 터이니, 인내와 성의와 자제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재차 촉구할 수밖에 없다.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