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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떠나보자! 캠핑, 모닥불 추억·별헤는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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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떠나보자! 캠핑, 모닥불 추억·별헤는 낭만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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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달력에 '휴가'라고 쓰고 큼지막하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숙소 예약, 일정 계획, 비용 계산으로 빼곡한 머리 속을 잠시 비워보자. 그리고 굽이굽이 이어진 우리 산천에 점 하나를 찍어보자.

사람과 자동차에 부대끼다 돌아도는 천편일률적인 휴가 계획 대신 올해 여름에는 다른 상상을 해보자. 회색 도시, 번잡한 휴가지는 가라. '캠핑'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길 위에서 조우해보자.

■ 머물려 지켜보는 넉넉함이고 싶다

기지개 한번 제대로 못 켜고, 서류철에 코를 박고 움직이는 생활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어느새 중년이란 꼬리표를 달고 군데군데 하얗게 센 머리가 듬성듬성하다. 흙 한번 제대로 밟지 못하고 학원과 학교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는 아이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이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성냥갑 같은 회색 도심,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고픈 마음은 10대처럼 설렌다.

"어린 시절 어렵게 자라서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했다거나 하는 추억이 별로 없는데, 제 자식들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날만큼은 남편이 요리나 설거지를 대신해주니까 부부 사이도 더욱 좋아질 거예요. 솔가지 흔드는 바람소리, 조약돌 헤집는 물소리, 숲을 깨우는 새소리… 별빛 영롱한 밤 별똥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와요."(양영훈ㆍ여행작가)

자연은 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대어 쉬는 휴식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광과 정취를 그대로 가슴에 담고, 묵묵히 바라볼 줄 아는 여유와 지혜가 생긴다. 실제 캠핑 야영장에 가면 20, 30대보다 가족과 동반 나들이에 나선 40, 50대 '중년 캠퍼'들이 많다. 그들은 여러 곳을 섭렵하기보다 한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대학 때 사진 동아리를 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전국으로 출사를 다녔어요. 하지만 그땐 캠핑의 참맛을 몰랐지요. 그냥 행락객이었달까요. 하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이제 4계절이 눈에 와서 박혀요. 사람들은 흔히 여름을 캠핑철이라고 하지만 캠핑의 백미는 '스노우 캠핑'(눈 내리는 날의 야영)이에요.

텐트 안에 연통 구멍을 내서 석유난로를 피우는데, 꽝꽝 언 물가에서 실컷 썰매를 타다가 비닐하우스에 막 들어가면 굉장히 따뜻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죠."(안준섭ㆍ그래픽디자이너)

■ 극기의 추억, 아버지의 기억

돌이켜 보면 혈기왕성하던 10대 때의 캠핑은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자연에 기대 쉬기보다 계절과 원시의 한계를 극복해보겠다는 '극기'의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호기. 한여름 작열하는 아스팔트 위를 걷고 또 걷고, 산중에서 모기에 뜯겨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를 물파스로 쓱 문지르면 밀림 탐험대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던가.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 3명과 청평 계곡에 텐트를 쳤어요. 7월이었나 8월이었나,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데 10여분만에 물이 금방 불어버린 거예요. 텐트 버너 침낭 음식 다 떠내려가고. 정말 죽을 뻔했어요. '무한'(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하!"(김한수ㆍ회사원)

유년시절의 캠핑은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1970, 80년대 산업역군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들과 연례행사처럼 여름철 피서 휴가 를 떠나는 것이 가족여행의 전부였던 시절. 지금처럼 근사한 해외여행은 물론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에서의 숙박도 여의치 않았기에 선택은 늘 캠핑이었다.

"아버지는 강력반 형사였어요. 늘 잠복근무만 하셨던 분이라 휴가라는 게 딱히 없었는데, 아홉 살 때쯤인가 웬일로 무주 계곡에 가족 피서를 간 거예요. 그날따라 밤새 비가 왔어요. 깜박 잠이 들었다 깼는데, 아버지가 텐트 밖에서 혼자 비를 맞고 서 계셨어요. 텐트에 비가 샐까 겹겹이 비닐장막을 치고, 계곡물이 넘칠까봐 밤새 그러고 계셨던 거예요."(이의구ㆍ대학생)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강명석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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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TV프로그램처럼"… 캠핑 붐

최근 거세진 캠핑에 대한 관심은 TV의 영향이 크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한동안 외국을 찾아가는 각종 프로그램이 봇물이더니, 최근에는 TV 프로그램들이 앞다퉈 국내 캠핑 여행을 소재로 선택하고 있다.

요즘 인기 정상인 KBS 2TV <해피선데이> 의 ‘1박 2일’ 코너의 역할도 크다. 6명의 연예인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1박 2일, 때로는 2박 3일 동안 여행을 하는 내용의 이 프로그램은 최근 코너 시청률 30% 이상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캠핑 여행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것. 대학생들은 MT를 가서 ‘1박 2일’에 등장하는 각종 게임을 따라 할 정도다.

‘1박 2일’의 매력은 무엇보다 일반 대중이 평범하게 떠날 수 있는 캠핑 여행을 대리 체험하게 한다는 데 있다. 최소한의 준비만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일들이 시청자들에게 ‘진짜 여행’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1박 2일’의 나영석 PD는 “젊었을 때 여행가면서 모든 걸 다 준비하고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깨끗한 숙박시설 대신 텐트에서 자고 가끔 밥을 굶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그대로 살리다보니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박 2일’의 출연자들이 야참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면 시청자들 역시 “TV를 보다 참지 못하고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캠핑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농촌의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농사일을 도우면서, 도시인들에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 에서는 정반대로 출연자들이 MBC 본사 건물에서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내는 도심 속의 캠핑 여행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려한 자연 경관을 찾아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무리를 지어 방송사 곳곳을 돌아다니고, 텐트 앞에서 야참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정겨운 분위기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의 ‘간다 투어’ 역시 이경규 김구라 등 중년의 MC들이 산사 체험 등을 하는 캠핑 여행의 재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레저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기도 했지만, 캠핑 여행은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얼리티 쇼 형식이 유행인 요즘 방송 트렌드와도 어울린다”며 “특히 시청자들은 TV에서 캠핑 여행을 보며 사라져가는 공동체문화를 대리체험하고, 직접 캠핑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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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 짐 챙기기, 어머나 비상약… 아차차 랜턴…

즐겁고 안전한 캠핑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짐 챙기기 방법, 요즘 트렌드로 뜨고 있는 캠핑카 이용에 대한 정보를 가평세계캠핑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으로 정리했다.

■ 문명의 도구는 최소화

캠핑을 위한 짐 꾸리기는 일단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캠핑이 집에서 하던 모든 일을 야외로 옮기는 레저 형태라지만 그렇다고 살림을 옮겨가겠다는 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담아가려면 곤란하다. 최소한의 문명도구를 이용해 자연을 즐기자는 게 캠핑의 목적인 만큼, 안락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장비는 사절해야 한다.

짐에 꼭 들어가야 할 목록은 집 역할을 하는 텐트, 이불 혹은 침낭, 취사를 위한 버너와 코펠,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야간에 반드시 필요한 랜턴 등이다. 여벌의 옷, 햇빛을 가리기 위한 모자, 방수점퍼 등도 필요하다. 특히 옷은 세탁해서 바로 말려 입을 수 있고 내구성이 강하며 구김이 가지 않는 것으로 챙겨야 한다.

최소한 출발 이틀 전에는 점검표를 만들어 빠트린 게 없는 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랜턴 용 건전지 여분까지 챙길 정도로 세심해야 낭패를 겪지 않는다. 식품은 반드시 필요한 것만 챙기고 쓸데없는 포장은 미리 벗기고 가져가야 무게와 조리시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비상약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캠핑카, 너무 기대 말라

캠핑카는 짐 챙기고 숙박 장소를 잡는 게 귀찮은 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대안이다. 캠핑카는 차량과 숙박공간이 일체형으로 된 오토캐러밴, 차량에 트레일러를 매단 트레일러 캠핑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억원을 넘는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에 전문 렌트 업체로부터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토캐러밴(6인승 기준) 사용료는 24시간에 20만~30만원 정도. 트레일러 캠핑카는 보통 대여가 되지 않는다. 특수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운전하기 힘들어 차량 파손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 대신 오토캠핑장이나 일부 펜션 등에서 현장에 주차돼 있는 것을 대여해준다. 24시간 기준 6만~15만원.

캠핑카는 전기, 수도, 화장실, 침대, 텔레비전 등을 모두 갖춰 그야말로 가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자칫 모처럼의 캠핑을 망칠 수도 있다. 겨우겨우 차내에서 몸을 움직이고 쉴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캠핑을 함께 온 다른 가족과 트레일러 안에서 놀기는 부적절하다. 아무리 트레일러라 해도 차량이기 때문에 승차 정원이 있어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망가지기 쉽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캠핑카업체 굿위크앤드 장혁재 팀장은 “캠핑카를 이용한 캠핑은 가장 독립적인 공간에서 가장 자연에 근접한 여가를 즐기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며 “캠핑카를 빌릴 때는 자차보험에 가입했는지를 꼭 확인하고, 미리 구조도를 구해 낯선 장치들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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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다! 호젓한 자유… 캠핑장 5선

아스팔트와 네온사인과 이동전화 중계기와, 무엇보다, 지겨운 인파가 없는 곳으로! 그러나 막상 짐을 꾸리고 나도 갈 곳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좁은 반도의 들과 구릉은 죄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깊은 숨을 들이킬 만한 곳엔 어김없이 행락객이 북적댄다. 그래도 원시의 먼 기억을 더듬을 만한 곳이 모두 멸종되지는 않았다. 방방곡곡 숨어 있는 호젓한 캠핑 장소를 소개한다.

■ 대나무골 테마공원

하늘로 쭉쭉 뻗은 대나무의 향취에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정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남 담양군 고지산 골짜기에 부채살 모양으로 들어앉은 울울한 대나무숲이다. 봄에는 땅을 뚫고 솟아나는 죽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대숲의 청량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대숲에서 자생하는 야생 죽로차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야영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가능하다.

■ 어름치 캠프학교

강원 평창군 금당계곡에 있는 대화초등학교 개수분교를 캠핑장으로 꾸민 곳이다. 맑은 계곡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산이 울타리를 두르고 있다. 넓은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토종 민물고기 탐사, 토종꿀 따기, 고로쇠물 채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시골 폐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가 그윽하다.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개수리마을의 넉넉한 인심도 누릴 수 있다.

■ 청태산 휴양림

강원 횡성군 청태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옛 영동고속도로 가까이 위치해 번다한 편이었으나, 횡계와 강릉을 잇는 새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무척 조용한 곳으로 변했다. 깊은 산속이라 야생동물이 뛰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고지대인데다 숲이 울창해 한여름에도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이 모두 갖춰져 있고 산악자전거 코스가 따로 마련돼 있다.

■ 석갱이 오토캠핑장

충남 태안반도 끝자락의 구례포 해수욕장에 위치한 캠프장. 수심이 얕고 물결이 잔잔해 조용히 바닷가를 거닐기에 좋은 곳이다. 캠핑장이 자리를 잡은 곳은 해변을 따라 송림이 펼쳐진 곳이라 바다와 숲의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해안사구로 유명한 신두리 해수욕장과 기암괴석이 많은 학암포 해수욕장이 잇닿아 있다.

■ 난지도 캠프장

먼 곳으로 떠날 여건이 되지 않는 서울시민을 위한 도심 속 캠프장. 월드컵 상암경기장 주변의 한강시민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소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시원한 한강 바람이 해방감을 선사해준다. 텐트를 비롯해 캠핑에 필요한 물품도 손쉽게 빌려 쓸 수 있다. 다양한 공연 관람과 한강 분수쇼 구경은 덤이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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