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맥스 지음ㆍ강병철 옮김/김영사 발행ㆍ444쪽ㆍ1만6,500원
18세기 유럽의 목축업자들은 ‘동종 교배’라는 혁명적 육종법을 발견했다. 우수한 형질을 가진 어미와 거기서 난 새끼를 재교배시킨다는, 어떻게 보면 악마적 발상의 신기술이었다. 그러나 덕분에 쓸모없는 뼈가 값진 살코기로 바뀐 품종이 개발됐고, 이는 현대적 육종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바로 광우병 논란 덕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동종 교배(스크래피ㆍscrapie)다.
바이러스나 세균도 아닌데도 치명적인 작용을 하는 단백질 프리온이 거기서 배태된다. 변형된 프리온이 침입한 세포는 제 기능을 잃고 죽는다. 세포가 죽은 자리는 텅 빈 공간만 남게 되는데, 특히 뇌조직이 마치 폭격을 당한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가 된다. 광우병으로 통칭되는 ‘우해면상뇌증’이다. 책은 그 범인인 프리온의 역사를 추적하고, 자연 법칙을 저버린 인류의 탐욕을 경계한다.
책은 “프리온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고 DNA를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파괴할 수 없다”며 “인체 속 수많은 단백질의 정확한 가능을 규명하는 작업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 최후의 위대한 미개척 분야”라며 연구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세포 내에 있는 수만 여종의 단백질에 대해서 현대 과학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과학 저술가인 지은이는 단백질 구조 변형으로 파생된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팔과 다리의 힘이 약화돼 보조기를 차고 있는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병이 유전됐을 지 모르는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치명적인 불면증 등 변형 단백질로 야기되는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며 그들의 쾌유를 비는 데는 저자의 절박한 사정도 한몫 한다. 책은 광우병을 가리켜 “소들의 묵시록”이라 부르며 인류의 오만을 경계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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