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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물류가 멈추지 않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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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물류가 멈추지 않게 하자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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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생산자 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유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의 하나가 물류산업이다. 경기둔화로 물동량이 줄어드는 반면 경유, 항공유, 벙커C유 등 물류업체가 부담해야 할 모든 유가가 급등하면서 업계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벌어져 물류대란을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

사실 경유가격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에서 초래된 것이라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화주기업에 운임 인상을 유도하기도 어렵고, 추가 유가보조금 지급이나 유류세 인하도 세수감소 문제나 타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화물운임은 오래 전에 자유화가 이루어져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또한 장기계약에 의해 운임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단기간에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물동량에 비해 화물차의 공급이 많은 공급과잉 현상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당수의 운송업체들이 자사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계약을 통해 개별 차주의 화물차를 확보하여 영업하는 지입제라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업력이 낮은 운송업체와 계약한 차주들은 알선업체를 통해 화물을 확보해야 한다. 유가는 상승하고 운임은 따라가지 못하고 경기둔화로 화물은 늘어나지 않아 차주들이 비명을 지르는 심정으로 파업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유가 상승으로 비롯된 물류업계와 개별 차주의 어려움은 가히 비상사태라 할 수 있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유가보조금 확대나 유류세 인하는 재정문제와 형평성의 문제 등으로 분명 쉽게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다만 항공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유가할증료 체제와 같이 유가 상승에 변동하여 보조금을 적용하는 틀을 미리 만들어 둔다면 일관된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표준요율제 또한 이미 자유화한 운임을 다시 규제하는 것이어서 도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립적인 연구기관으로 하여금 주기적으로 운송원가를 산정하여 화주기업이 참조할 수 있도록 발표하는 방안이 어떨까 한다. 운송업체와 개별 차주 간 표준계약서를 도입하여 불공정 계약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별로 조성된 화물터미널에서 공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만들어 운전자들이 편리하게 화물을 중계 받을 수 있는 정보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여건이 어렵기는 화주기업도 마찬가지지만 물류혁신의 동반자인 물류업계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덜어주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물류체계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자동차업계는 승용차에 비해 소홀했던 트럭의 연비를 개선하는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유에 비해 유가가 낮은 LNG트럭의 보급을 확대하는 것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UPS의 경우 기존의 갈색을 녹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연비를 대폭 개선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화물차 운행을 최적화하거나 물류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에너지 절약형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물류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번 물류대란 이후 일부 대형 화주들이 계약을 갱신하면서 지입차량의 비중을 제한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정부, 화주, 운송업체, 차주들이 이 외우내환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찾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았으면 한다.

권오경 인하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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