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컨테이너를 쌓아둘 공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관문은 닫히고 맙니다."
16일 오후 부산북항 감만부두BGCT 대한통운터미널의 콘트롤 타워인 플래너실. 허연 팀장과 팽광훈 과장 등은 잇따라 들어오는 컨테이너들을 쌓아둘 공간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간신히 컨테이너를 쌓고는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시간이 늘어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새벽에 입항한 MSC 캔디스호(9,100TEU급, TEU는 20피트 컨테이너)는 1,467개의 컨테이너를 내리고 528개 싣는 작업이 크게 지연됐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5시 출항할 예정이었던 이 선박은 출항이 4시간 이상 늦춰졌다. 대한통운터미널에는 이날 오후 7시에도 CSCL시애틀호(5,600TEU급)가 입항해 컨테이너 1,050개를 내리고 70개를 선적하는 작업이 밤늦게야 끝났다.
장치능력 2만2,895TEU인 대한통운터미널의 장치율은 16일 오후 현재 102.8%(2만3,544TEU)까지 치솟았다. 평소 3.5단으로 쌓아놓았지만 지금은 5단으로 높아져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무너질 우려도 있다.
터미널 측은 이날 컨테이너를 문현금융단지 공터에 180개를 옮기는 등 부두 밖으로 운반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인근 우암부두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우암부두는 이날 오후까지 장치율이 83.3%로 부산북항 평균 장치율 87.8%에는 다소 못 미치고 있지만 입항선박이 크게 몰리는 18일 이후에는 장치율이 9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암부두의 하역작업을 총괄하는 영업운영팀 박춘하 차장은 "중국 항만의 기상악화로 부산항입항이 2~3일늦춰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선박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18일 이후에는 부두마비 사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입화물 및 환적화물 처리도 문제지만 수출화물의 부두 도착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주요 부두의 선적 취소 화물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수출화물 처리에도 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부두 운영사측은 "주말은 가까스로 버텼지만 물량이 몰리는 주초가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부산북항에는 신선대부두 2척, 자성대부두 5척, 감만부두 5척, 신감만부두 4척, 우암부두 5척 등 모두 23척의 컨테이너선이 입항했다. 부산북항 일대에는 군용지원차량을 포함해 전체 3,163대의 트레일러 가운데 527대만 운송에 나서 가동률은 16.7%로 전날보다 떨어졌다. 부산항의 화물 반출입량도 8,575TEU 정도로 하루 평균 반출입량(3만511개)의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해양청과 부산항만공사 등이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2003년 파업 때처럼 화물연대 조합원들만이 참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파급효과를 잘못 예측하고, 대책도 세우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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