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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오뉴월 냉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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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오뉴월 냉기류'

입력
2008.06.1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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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일본 3국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 열도) 해역에서 일본 군함과 대만 어선간 충돌 사건이 발생, 대만 일본 양국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이번 갈등에는 반일 정서가 강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취임 이후 밀월 상태였던 대일 관계를 조정하려는 대만측 정서가 투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정세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댜오위다오가 대만 영토임을 주장하는 대만 활동가들을 태운 촨자푸(全家福) 6호가 16일 대만 순시선 9척의 호위를 받으며 댜오위다오 12해리 이내 해상에 진입했다. 이들 선박의 진입은 일본 경비정의 해상 봉쇄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뤄진 대만 측의 초강경 조치이다. 이들은 일본 해상보안부 순시선의 경고를 받고 오전 8시45분께 영해 밖으로 철수했다.

이번 진입은 10일 댜오위다오 남쪽 9㎞ 해상에 진입한 대만 어선 롄허(聯合)호를 일본 해상보안청 프리깃함 고시키호가 ‘영해 침범’을 이유로 들이받아 침몰시킨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이뤄졌다.

일본은 충돌 사건이 대만 어선 과실에 따른 것으로 사과 및 배상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뒤 롄허호 선장 허훙이(何鴻義)씨를 업무상 과실 혐의로 기소, 대만측 정서를 자극했다.

대만 측의 대응은 마잉주 정부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시절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 영유권을 사실상 인정해오던 기존 태도를 바꾸었음은 물론 향후 일본과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대만 외교부가 14일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 뒤 일본에 주재하는 대만 대사 격인 쉬스카이(許世楷) 대표를 소환하는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특히 상징적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쉬스카이 대표는 일본 영주권자로 댜오위다오가 일본 영토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인데, 이번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책임을 물어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는 18일 천자오민(陳肇敏) 국방부장의 수행 하에 군함을 타고 댜오위다오를 방문한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대만의 대응에 내심 당황한 일본측은 영유권 분쟁이 시끄러워질수록 득 될게 없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일본 해상보안부 측은 15일 “어선에 대한 접근은 정당하지만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대만 측이 배상을 요구하면 응할 용의가 있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거급 경고했음에도 대만 선박이 영해를 침범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갈등의 배경에 마 총통의 반일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어 사건의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중반 군복무 중이던 마 총통은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대만, 일본의 군사적 충돌에 참가했고 군대 위안부 문제 및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에서도 일본을 정면 비판해왔다. 마 총통은 50년 간 대만을 식민지로 통치해온 일본에 호의적인 대만 일반인들과 달리 침략전쟁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제국주의 유산을 배격해왔다.

여기에 마잉주 정부가 중국과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대중 접근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과의 밀월 유지는 대만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분위기이다. 뤄즈정(羅致政) 둥우(東吳)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대만 정부의 대 일본 전략 사고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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