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10시, 기아자동차 화성 및 소하리공장 야적장.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될 쎄라토, 카니발 등 3,000대 가량이 그대로 서 있다. 기아차는 비조합원을 설득해 1,500~1,700대 라도 평택항으로 운송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반대와 감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홈쇼핑에 중국산 의류를 납품하는 수입업자 L씨. 지난 5월말 수입판매한 값싼 여름용 원피스의 반응이 좋아 추가 주문했으나 제품이 부산항에 묶이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철강 전자 유통 등 산업 전 분야가 심각한 동맥경화에 빠졌다. 완성차들은 먼지만 쌓인채 야적장을 빼곡이 채우고 있고, 대형유통업체들은 공급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채 예정된 상품판매를 취소하는 등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수출 차량의 자체 부두를 통해 선적하고 있으나 조합원들의 감시와 반대로 쉽지 않다. 기아차 광주 공장은 스포티지, 카렌스 등 수출 차량 900대를 목포항으로 실어나르지 못한 채 그대로 세워두고 있다. 광주공장은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감시를 피해 이중 200대를 담양항으로 보내는 등 007 작전을 펼칠 방침이다.
철강업계도 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6일 화물연대 경남지부의 운송거부로 인해 한국철강ㆍ포스코특수강 등이 반입하려고 하던 철강제조용 고철 4,700톤에 먼지만 쌓여 가고 있다. 포스코는 파업에 대비해 포항제철소 내부와 외곽지역 10곳에 비상 야적장을 확보해 1주일 가량은 버틸 수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업단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수출용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이를 내다팔 수 없어 감산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광주 공장에서 매일 생산하는 240~250대 컨테이너 물량중 30% 밖에 옮기질 못하고 있다. 광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대우일렉은 이미 감산에 들어갔다.
유통업체들은 판매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13일 방송 편성했던 유아용 인기 도서상품 '애플비' 대신 대체상품으로 방송을 교체했다. 애플비는 중국에서 제조돼 부산항을 거쳐 파주 출판단지에서 포장된 후 GS홈쇼핑 이천 물료센터로 옮겨져 판매될 예정이었지만 16일 현재 부산항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에서 OEM으로 들여오는 선풍기의 경우 다행히 파업전 시즌 판매예상 물량의 80% 정도를 미리 확보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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