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골프황제'는 위기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타이거 우즈(31)의 무서운 집중력과 승부사 기질이 또 한번 지구촌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4월 왼 무릎 수술 이후 제대로 연습도 못한 채 치른 2개월 만의 복귀전. 경기 도중 얼굴을 찡그리며 통증을 호소하는 등 여전히 '무릎 환자'였지만 승부 앞에서 그는 달랐다.
16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ㆍ7,643야드)에서 열린 메이저대회인 제108회 US오픈골프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5). 우즈는 먼저 경기를 끝낸 로코 메디에이트(미국)에 1타차 뒤진 공동 2위. 최소한 버디를 잡아야 연장전에 들어 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우즈가 날린 회심의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 왼쪽 벙커, 설상 가상으로 두 번째 샷은 오른쪽 러프로 향했다. 위기 상황이었지만 우즈는 달랐다. 러프속에서도 백스핀이 걸릴 정도의 고난이도 샷으로 홀컵 3.6m 지점에 붙였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살짝 휘는 쉽지않은 내리막 퍼팅라인을 남겨뒀다. 우즈는 신중을 기한 뒤 침착하게 퍼터를 갖다댔고 볼은 우즈의 의도대로 완벽한 그림을 그리며 홀 속에 빨려 들어가는 극적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우즈는 합계 1언더파 283타가 되면서 승부를 18홀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우즈는 두 주먹을 쥐고 연속 어퍼컷 세리머니로 포효했고 5만 갤러리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전날 3라운드 승부처에서 20m, 1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극적으로 성공시켜 선두로 치고 올라왔던 우즈가 또 한번 '타이거 매직'을 선보이며 '역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 도대체 '타이거 매직'의 원천은 무엇일까
자기최면?
우즈는 이 대회 1라운드를 이븐파 공동 19위로 마친 뒤 "선두에 4타 뒤져있지만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고 2, 3라운드 직후에는 "감각을 되찾은 것 같다. 내가 바라던 방식으로 라운드를 마쳤다"며 다른 선수들을 은근히 압박했다.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는 "본대로 들어 갔다. 완벽했다"고 여유를 보였다.
분노?
우즈는 종종 분노를 동기부여제로 활용한다. 메디에이트를 추격하던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즈는 두 번째 샷인 벙커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지자 클럽을 내동댕이 치며 클럽과 자신에게 분풀이를 했다. 우즈의 플레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우즈는 "최대한 화를 내고 나면 다시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우즈의 '필드 스트레스' 해소법인 셈이다.
망각과 몰입?
우즈는 쉽게 잊어 먹는다. 앞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빨리 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계산 된 망각이다. 18번홀 벙커에서 클럽을 내던졌던 우즈. 그러나 러프에서 세 번째 샷을 준비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심을 되찾았고 집중력을 앞세워 홀 3.6m에 붙이는 신기의 샷을 만들어 냈다.
역동적 세리머니?
우즈는 18번홀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두 주먹을 쥐고 연속 어퍼컷 세리머니로 포효했다.큰 먹이감을 눈앞에 둔 맹수의 포효보다 더 강렬했다. 3라운드 두 차례 이글 상황에서도 그는 역동적인 세리머리를 펼쳐 동반 선수의 추격의지를 꺾어놨다. 강한 세리머니는 상대 선수의 기를 꺾는 동시에 자신에게는 활력소가 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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