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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선한 내음 사라진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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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선한 내음 사라진 문국현

입력
2008.06.1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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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절정을 맞은 10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서울 집회 현장에 있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시위대의 구호도 따라 외치고 노래도 함께 불렀다.

그러나 반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이런 광경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창조한국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5일 문 대표는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100인 유권자위원회’와의 토론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으면 한이 없다”며 “과잉 반응”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직 미국 국민이 광우병에 많이 걸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호주 뉴질랜드 업자와 미국 업자의 싸움에서 호주 뉴질랜드 업자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론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그가 왜 반대 측을 옹호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그냥 입장을 바꿨다.

문 대표는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도 사실상의 말 바꾸기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문 대표는 4ㆍ9총선 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필리핀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인 헤르난데즈 알레그레씨를 직접 소개하며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외국계를 비례대표로 공천하겠다”고 자랑했다.

선거법이 비례대표 홀수 순번에 대한 여성 배정을 권고하고 있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당이 이를 지켰으며, 문 대표가 ‘회심의 역작’으로 제시한 후보였기에 모두들 당연히 그가 1번에 공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레그레씨가 나중에 7번에 공천되고 당선권인 1, 2번은 모두 남성이 차지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조한국당은 “우리가 1번으로 내세우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는 해명을 했지만 이 말이 더 얄미웠다.

또한 문 대표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비례대표 이한정 의원에 대한 불법 공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검찰이 거듭 출석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데 무척 비겁한 행동이다.

그는 4월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무려 6차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서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서면진술서만 제출했다. 많은 사람들은 대표가 정당의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에 대해 ‘못 믿을 일’로 여기고 있다. 문 대표 주장대로 잘못이 없다면 검찰에 나가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

자유선진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키로 한 것은 너무 황당해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보수 중에서도 보수인 선진당과 한 배를 타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당내에서 이 사안을 놓고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하지 않고 그가 독단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최근 문 대표가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맡겠다며 선진당과 티격태격하다 협의 결렬 쪽으로 가게 되는 모양인데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해 이런 험한 꼴까지 본 것이다.

문 대표는 원래 이런 분이 아니다. 유한킴벌리 최고경영자(CEO)이면서 환경지킴이로도 맹활약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인간적이고 깨끗한 CEO라는 그의 이미지는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잘 대비되면서 그가 선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나아가 그가 국회의원이 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말 바꾸고, 당당하지 못하고, 독주하는 기성정치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가고 있다. 제발 그가 처음 얼굴을 되찾길 바란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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