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곳에나 집단이기주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다. 법과 도덕, 양심과 체면을 무시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치닫지는 않는다. 그런데 KBS PD들의 행태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오직 보신(保身)만을 위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와 국민의 돈인 수신료를 거리낌없이 쓰더니, 이제는 순수하게 국민 건강권을 위해 시작된 촛불시위까지 끌어들여 감사를 막으려 하고 있다.
11일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자 그들은 “수많은 촛불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는 신문광고를 내고는 일부 시민들의 촛불시위를 자신들 방어에 끌어들였다. 그리고는 연일 촛불시위를 통해 이번 감사가 정치적 표적감사이며, 정부의 방송 장악시도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을 분석하면 이렇다. 적자를 보든 말든 내버려 두라. 하나도 바꾸지 말라. 방송의 공정성 여부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가 내보는 대로 보고 듣고, 수신료나 더 내면 된다. 이것에 반대하면 모두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적이다. 때문에 감사도 안 되고, 아무리 무능하고 무책임하더라도 정연주 사장을 물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뻔뻔한 논리이고, 주장이다. 대체 KBS의 주인은 누구이며 정연주씨는 누구를 위한 사장인가. KBS의 경영은 아무리 방만하고 부실해도 괜찮고, 아무리 무능하고 한 쪽 이념에 치우치거나 전문성이 없는 사장이라도 대통령이 임명했으면 무조건 임기를 채워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새 방통위원장은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걸핏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방송을 사사로이 장악하려는 집단은 바로 그들이다.
거리낌이 없다면 어떤 감사라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전파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은 KBS가 왜 5년 동안 적자에 허덕였는지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 ‘방송 독립성 수호’인 것처럼 외치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의 정당성까지 이용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방송이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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