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서 '쇠고기'가 사라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집회의 성격을 반정부 집회로 규정하고, 진보단체의 가세로 반미적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40여일전 시민들을 집회로 이끌어낸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된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15일 대책회의와 주요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에도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3,000여명(경찰 추산ㆍ주최측 1만5,000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으나, 핵심 이슈는 쇠고기가 아니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8주년을 의식한 듯, 자유발언에 나선 사람 중 상당수는 "남북공동선언을 이행치 않는 이명박 정권은 퇴진해야 한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또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으며, 이전처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문제 삼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대책회의 관계자도 "더 이상 쇠고기 이슈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16일에는 공영방송 사수, 17일에는 대운하 저지, 19일에는 의료 민영화 반대 등을 집회의 핵심 이슈로 삼겠다"고 말했다.
앞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이날 오후 4시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식을 열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기념식 참가자 600여명 대부분은 집회가 끝난 뒤 서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촛불집회에 가세했다.
촛불집회에서 쇠고기가 묻혀가는 것과 관련,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단체, 민주노총 등 최근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쪽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처음부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범민련 집회에도 참가했던 김모(32ㆍ경기 안양시)씨는 "경색된 남북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2000년 선언 이후 남북이 쌓은 신뢰가 순식간에 붕괴될 위기에 빠진 현 난국을 촛불집회로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정모(46)씨도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대운하, 교육,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잘못된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시민은 대책회의 홈페이지에 "순수한 시민운동이었던 촛불집회가 진보단체나 각종 이익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장소로 변질됐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집회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촛불집회가 끝난 오후 8시40분께부터 1시간 가량 서울 도심에서 거리 시위를 벌인 후 자진 해산했다.
허정헌 기자 권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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