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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수집이야기

입력
2008.06.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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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무네요시 지음ㆍ이목 옮김/산처럼 발행ㆍ344쪽ㆍ1만8,000원

“수집은 그저 물건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정리하는 일이다. 따라서 그것은 가치세계의 인식이다. 그로 말미암아 사물의 가치가 인식되고 정돈될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ㆍ1889~1961). 식민지시기 오로지 폄하의 대상이었던 조선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전통예술에 대한 우리의 미학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일본인이다. 정부는 1984년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문화훈장을 추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민예학자이자 수집가로서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어느 누구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생활공예품에 ‘민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했던 탁발한 민예학자이고 대(大) 수집가였다. 평생 긁어모은 다기, 연적, 합(盒), 풍속화, 항아리 등 1만 여점의 민예품으로 1936년 도쿄 고마바에 민예품 박물관인 ‘민예관’을 세웠다.

<수집이야기> 는 그의 민예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수집에 대한 독특한 철학이 담겨있는 에세이집이다. ‘돈도 안되는’ 민중들의 생활예술품에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고 가치를 부여했는지를 해명해준다. 그가 강조했던 창조적수집의 요체는 소장자의 재력이 아닌 안목이었다. “부자의 소유물이 돈으로 빛나고, 의외로 물건 자체가 빛나지 않는다.” 이 말은 비록 경제력이 수집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가(時價), 세간의 평판 따위로부터 자유롭게 물건을 볼 수 있는 안력(眼力)을 갖추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그는 돈 많은 교토의 수집가들로부터 돈이 없어 민예품 따위를 사들인다는 비난을 받자 “값싼 물건이란 언제나 하찮고 시시한 물건이 아니며 아직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궁핍했기 때문에 가격 같은 힘에 압도당하지 않았고 ‘민예의 세계’를 발견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세상의 많은 수집가들 가운데 우리 만큼 행복한 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며 자부심과 긍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명수필로도 꼽히는 ‘수집의 변’ ‘수집에 대하여’ ‘가난한 사람의 수집’ 등은 계통없이 수집하는 습벽, 수집물을 환금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습벽, 수집물의 질보다 양에 집착하는 습벽, 진귀한 것에만 집착하는 습벽 등 많은 수집가들이 뜨끔할 만한 ‘관습적이고 속물적인 수집’ 행태를 꼬집고 있다.

또한 “보여주지 않는 태도보다는 보여주고 싶어하는 태도가 훨씬 더 자유스럽다” “수집은 그것이 공유일 때 의미가 가장 심오하다” 며 수집가들의 사회적 양심을 촉구하는 그의 주장은 ‘사유(私有)’ 가 절대정신으로 자리잡은 이 시대에 건강한 공동체 정신의 회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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