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전면 파업이 시작된 첫날, 물류 차질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정부가 군 컨테이너 차량 투입 등 대체수단을 투입해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물류 중심인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항만과 산업현장의 화물 운송은 대부분 마비됐다.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처리하는 부산항의 각 컨테이너 부두들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화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출정식을 갖고 운송거부에 나서면서 부두 진출입 차량은 평상시(2,100여대)의 10% 수준인 290대 정도에 그쳤다. 부산 감만부두에서는 수출화물이 도착하지 않아 선적이 취소됐다.
평택항 부두는 더욱 심각했다. 닷새째 물류 마비 사태가 빚어지면서 동부두 국제여객터미널의 컨테이너 적치장은 평소 3단씩 쌓던 컨테이너를 5단으로 높여 안전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 물류중심인 의왕 ICD(내륙컨테이너기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9시 출정식 이후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도 노조 충돌을 우려해 화물운송에 나서지 않으면서 차량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03년 물류대란보다 더 큰 피해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3년 파업이 ‘조금 더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파업은 ‘물러설 곳이 없는’ 투쟁이라는 데 있다. 기름값이 당시(ℓ당 700~800원)보다 두 배 이상 폭등함에 따라 차를 굴리면 굴릴수록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부산을 운행하는 25톤 화물차량의 경우 하루 수입은 80만원이지만, 기름값(60만원)과 각종 비용을 빼면 오히려 돈을 빌려서 메꿔야 할 형편이라는 게 화물연대측 주장이다. 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은 “2003년에는 조합원들이 비조합원들의 동참을 촉구했지만, 지금은 유가폭등에 따른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이날 파업 상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주요 항만과 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비조합원 운송거부차량은 전체(2,206대)의 40.8%(899대)에 이를 정도다. 화물연대측 주장으로 오후 5시 현재 전체 조합원 1만3,000여명은 이미 파업에 모두 동참했고, 비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도 속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업 첫날부터 주요 항만과 사업장에서 제품출하 중단이 잇따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수출에서는 32개사 687만달러, 수입의 경우 13개사 119만달러의 직접적인 피해가 접수됐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하루에 1,2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날 전면적인 마비상태를 보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항만뿐만 아니다. 철강과 시멘트 운송이 중단되면서 건설 공사도 차질을 빚고 있고, 자동차 가전 화학 등 전 분야로 피해가 확산될 분위기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쉽게 끝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경유값이 한꺼번에 급등한 탓에 화주 입장에서는 30~60%에 이르는 화물차량 운전자의 운송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 삼성전자, 울산 현대차 등 개별사업장에서 협상이 진행됐지만, 모두 결렬되면서 운송거부가 확산되고 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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