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스팔트를 걷다 속이 타들어가고 땀이 흐르면 입에 익숙한 설탕 맛보다 쌉쌀한 냉 녹차 한 잔이 훨씬 간절하다. 녹차의 느낌이 그립기는 미각뿐 아니라 청각에도 마찬가지이다. 자극적이면서 귀에 달콤하게 다가오는 음악보다 수백 개의 맛을 숨긴 녹차처럼 풍성한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1집 앨범 <설레임> 을 낸 보컬 그룹 ‘그린티’의 음악은 팀 이름처럼 녹차를 닮아 있다. ‘낯선 사람들’ 이후 명맥이 끊겼던 보컬그룹의 계보를 있는 이들은 4명의 멤버가 서로 다른 화음으로 스타일리시한 재즈 혹은 보사노바 풍의 곡들을 멋들어지게 소화한다. 마치 잘 다듬어진 아카펠라 그룹의 화려한 합창을 듣듯, 귓속으로 잠겨오는 곡을 부르는 이들은 의외로 신인이 아니었다. 설레임>
“가창력 좋은 가수들도 많은데요. 우린 이들과는 달리 화성중심의 음악을 해요. 그래서 바리톤, 테너, 소프라노, 알토로 파트를 나눴죠. 그렇다고 진짜 아카펠라처럼 딱 부러지게 영역을 지키진 않아요.”
시원한 여름 바람을 맞듯, 신선한 화음에 대해 말을 꺼내자 ‘그린티’의 리더인 김혜능이 한마디 거든다. 그런데 이 사람 이력이 눈에 익어 살펴보니 2인 그룹 ‘스윗소로우’를 배출한 프로듀서이다. 거기다 제 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프로젝트 그룹 ‘스토리’의 메인 보컬 경력도 있단다.
“긍정적이고 생활 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여행스케치’와 맥이 이어진다고 봐주세요.” 소프라노를 맡은 이선아는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1992년 3집부터 ‘여행스케치’ 멤버로 10년 동안 활동했던 그였다.
“제가 솔로로 부른 곡 중 잘 알려진 건 ‘바다를 닮은 그대’ ‘니가 없는 나의 하루는’ 정도인데 잘 모르시죠. 아 맞다. 듀엣으로 부른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가 있죠.”
<설레임> 은 멤버들 이력과 함께 피쳐링이 범상치 않다. 세계적인 보컬그룹 ‘리얼그룹’의 앤더스 에덴로스가 두번째 트랙‘러브 이즈 매직’에서 솔로를 불렀다. 설레임>
김혜능은 “테너를 맡고 있는 김일영씨가 휴대폰 음원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2006년에 모 회사의 아카펠라 폰 작업 때 이 친구가 ‘리얼그룹’과 친분을 쌓아놓은 게 인연이 되었죠. 우리와 나중에 조인트 콘서트도 하자고 그러더라고요” 라 말한다.
‘그린티’의 출발은 알토 임경아씨의 소망에서 비롯됐다. 버클리 음대를 나와 2003년엔 정통 재즈 보컬 앨범을 내놓고 서울예대에 강의를 나가는 그는 “묘한 인연이었어요. 유학 후 대학로 아카펠라 카페에서 우연히 김혜능을 만난 게 2003년이었고, 그러다 선아와 일영을 만나 정식으로 팀을 꾸린 게 2006년. 이번 음반은 준비하는 데만 2년이 걸렸네요”라며 팀의 인연을 전한다.
대학강사로, 혹은 회사원으로 음악을 이어오는 이들. 그래서 스스로 파트타임 뮤지션이라 말하지만 대중성과 작품성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다.“화성적으론 정통재즈에 가깝지만 색깔은 가요와 보사노바 모두 담았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랍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