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출범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수장이 해당 부처 정책을 이끌고 있다. 실용정부의 일원으로 현장을 잘 아는 분이라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책의 경과를 바라보면 걱정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통신융합과 관련된 정책만 살펴봐도 구호와 비전, 선언만 난무하고, 부처 간 세력 다툼 등으로 소모적인 논쟁에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하다. 문화산업, 문화콘텐츠의 경우에도 불안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4만불 시대, 국민성공이 경제성공, 경제성공이 문화성공이라는 명제로 방정식을 몰아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문화가 기반인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우 펀더멘털 없이 ‘대박’신화를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It's content, stupid!’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 우리는 정부라는 공급자 위주 정책이 아닌 수요자 요구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블루슈머 시대에 살고 있다. 일각에선 OSMU(One Source Multi Use)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한다. 문화콘텐츠 정책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OSMU원칙은 해리포터의 경우처럼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잘 만들면 파급효과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OSMU정책은 자칫하면, 문화상품의 창의성을 외면한 채 부가가치의 가능성만을 부풀리고 ‘멀티유즈’만 과장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영화산업의 경우를 보자. 다른 요인이 많겠지만, 창의성을 도외시하고, 할리우드 영화의 수익률과 대박 영화만을 강조해 온 지금까지의 정책에 따라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창의적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고,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전되지 못하고, 원천 소스의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멀티 유즈’와 파급효과를 아무리 강조해봐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원천소스의 보호없이는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격이다.
OSMU에서 ‘MSMU(Multi Source Multi Use)’로의 정책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하나의 대박신화를 통해 부풀려진 효과만을 선전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고 원천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함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창작자들이 콘텐츠의 원천이 되는 ‘장’을 마련해주고 권리를 보호해주는 ‘멀티소스 멀티유즈’ 정책이 나와야 한다.
프랑스 학자 기소르망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적한 발전의 걸림돌은 오히려 창의성을 키워주지 못하는 권위주의적 교육제도라는 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최근 광우병 문제가 시끄러운데, 청소년들이 대거 동참하는 실제 배경은 절벽으로 내모는 교육환경 탓이란 지적도 있다.
지금의 문화콘텐츠산업은 구조조정, 공적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창의적 인적자원 육성 없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창의적 사고를 지닌 인적자원 없이 100년 아니, 10년 가는 콘텐츠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의 펀더멘털 없이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창의성을 길러주는 산학협력, 창의적 인재육성이 가능한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소비자이고 생산자인 아이들이 기반인 블루슈머 인력양성 정책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병민 청강문화산업대학 비전센터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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