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들’로 불린다. 이명박 정권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다소 역설적인 말이다.
두 사람은 치열한 권력 투쟁을 거치지 않고도 권력의 최고 중심에 섰다. 여권은 지금 권력 공백 상태다. 이재오 전 의원은 미국으로 떠났고, 이상득 의원은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당분간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돼 있다. 원외인 강재섭 당 대표는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아 사실상 레임덕 상태고, 청와대 비서관과 내각은 일괄 사표를 내고 후속 인선만 기다리고 있다. 이런 공백을 홍 원내대표와 임 의장이 자연스럽게 채우게 된 것이다. 당 관계자는 “무혈 입성이라 할 만하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수석 인선 전망과 관련, 실명까지 거론하며 상세히 소개했다. 그의 입지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홍 원내대표와 임 의장은 청와대와 내각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에 수시로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5월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정부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여당은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었다.
홍 대표는 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쇄신을 요구했고, 9일 의원총회에서 “인적 쇄신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특유의 ‘거침 없는 리더십’을 발휘, 친박근혜계 복당 문제나 쇠고기 파동 등 현안들을 비교적 시원시원하게 풀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12일 “임 의장은 역대 의장들 중 가장 만나기 힘든 의장”이라고 했다. 임 의장이 당내 정책 작업은 정조위원장단에게 맡겨 두고 청와대와 정부를 오가며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임 의장은 11일엔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계획한 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면서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을 후순위 과제로 미루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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