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건설업만큼 돈 벌기 쉬운 업종이 있을까. 주택 수요를 잘 예측해 집을 더 지을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집이 팔리지 않으면, “망하기 직전”이라고 그저 악만 써대면 된다. 그러면 정부가 때맞춰 ‘친절한 해결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존 분양가를 10% 이상 내리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1년간 한시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확대, 취ㆍ등록세 인하, 1가구2주택 비과세 기간확대 등의 특혜를 주기로 했다. 물론 명분은 있다. 지방경제에서 건설업 비중(약 20%)이 워낙 높은 만큼, 미분양 주택이 늘면 지방경제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서민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라 언뜻 보면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 미분양의 주 원인이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상 이번 대책의 본질은 건설업자 구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비싼 가격의 주택을 한꺼번에 쏟아냈고,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실질 소득이 줄어든 실수요자가 이를 외면하면서 미분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를 위한 미분양 대책이 되려면 고공행진을 지속 중인 아파트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낮춰야 한다. 전국적으로 최근 5년간 아파트 분양가는 3배 이상 올랐다. 분명 거품이 끼어 있다고 봐야 한다. 시장 원리대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질 때까지 가격이 하락하면 미분양은 당연히 줄어든다. 가계와 금융기관 부실을 우려해 낮췄던 LTV를 높이고, 취ㆍ등록세를 내려 지방재정을 악화시켜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이번 대책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10% 분양가 인하라는 ‘생색내기’ 조건을 붙여 생산자(건설업체)를 대신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지방경제 침체를 걱정하기에 앞서, “곧 부도 난다”고 아우성치는 건설업체들이 왜 아직도 멀쩡하게 버티면서 ‘파격 세일’을 하지 않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박기수 경제부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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