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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M&A!" 하루살이 작전에 개미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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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M&A!" 하루살이 작전에 개미만 봉

입력
2008.06.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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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 셋톱박스 1위 업체 휴맥스 인수, 인수가 주당 2만7,000원, SK텔레콤이 인수한 하나로텔레콤의 IPTV와 시너지 효과 기대.’

11일 오전 인터넷과 메신저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인수합병(M&A) 정보다. 지난해 말부터 흘러나왔던 ‘~카더라’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와 명쾌한 전망까지 담긴 확정문구에 시장, 특히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순식간에 휴맥스 주가는 1년 넘게 맛보지 못한 상한가로 치솟았다. 기관과 외국인은 20만주를 팔았지만 개미들은 25만주나 사들였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M&A설을 모두 부인하면서 휴맥스 주가는 결국 10%이상 빠졌다. 상투(최고가)를 잡은 개미들은 허탈했다. 인터넷 게시판엔 “행여나 뒤쳐질까 봐 상한가에 들어갔는데 루머를 진짜로 포장한 XX” “소문을 덜컥 믿고 엉겁결에 주주가 된 내 신세” 등의 불만이 쌓였다.

# 10일 하루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의 주가를 들었다 놓은 M&A설은 누가 봐도 그럴싸했다. 롯데그룹이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한다는 보도를 근거로 가공된 대신증권 인수설, 이날 예정된 교보증권의 이사회를 M&A 결정의 키를 쥔 ‘교보생명’(교보증권 최대주주) 이사회로 교묘히 바꾼 뒤 생산된 유진그룹의 교보증권 인수설은 개미들에겐 금빛 전망이 아닐 수 없었다. 거래량이 폭주했다.

하지만 역시 모두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면서 대신증권 주가는 9%이상 오르다 7%가까이 빠졌고, 교보증권은 5%가량 오르던 주가가 전일대비 -6.51%나 내렸다. 개인이 두 종목의 순매수 주체였다는 점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에게 돌아갔을 공산이 크다.

최근 증시가 각종 M&A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요즘 양상은 개장 직전 인터넷과 메신저를 통해 뜬금없는 M&A설을 일시에 확산시켜 개미들을 끌어들인 뒤 해당업체의 부인공시나 해명 직후에 빠지는 ‘하루살이 작전’ 성격이 짙다. 누구 짓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난무하는 설에 현혹됐다가 자칫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원래 설과 소문은 ‘시장에 꼬이는 파리 같은 존재’다. 기대심리를 움직이는 필요악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 떠도는 M&A설은 사실과 거짓을 적절히 버무려 포장해 웬만해선 그냥 무시하기가 힘들 정도다. 형식을 기사체로 유포하는가 하면 회사의 주요일정과 최근 움직임, 확정된 수치,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까지 담는 등 혀를 내두를 정도다.

M&A설의 ‘단골 종목’으로 꼽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그간 루머가 나온 곳만 해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KT 등 3곳에 이른다. 몇 년 전부터 제기된 다음의 M&A설은 소문이 소문을 키우는 식으로 확대재생산 돼 기승전결을 갖춘 한편의 시나리오처럼 포장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설의 루트(메신저)나 가공능력을 보면 전직 애널리스트나 증권업계에서 일했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하필 밑도 끝도 없는 M&A설이 요즘 들어 넘쳐 나는 이유가 뭘까. 루머와 소문은 지루함과 분위기(붐)를 파고들기 마련이다. 작전세력이나 루머의 유포자가 먹잇감을 노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별한 이슈 없이 증시가 기나긴 조정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방을 노린 M&A 재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관련 M&A설은 자본시장통합법 개시와 맞물려 흐름을 타고 있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규제도 완화되는데다 유보금(현금)이 넘치는 기업의 경우엔 신동력 발굴을 위한 방법으로 M&A만한 게 없는 게 현실이라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미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투자행태도 문제다. 루머가 사실로 확인되는 사례도 종종 있고, 설사 뜬 소문으로 끝나더라도 잠시 흐름에 편승한 단타 매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정보분석팀 관계자는 “맞는 설도 있고 틀린 설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은 확인되지않은 루머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은 개별 투자자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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