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출가 대행진' 시리즈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연출 임영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출가 대행진' 시리즈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연출 임영웅

입력
2008.06.12 01:20
0 0

“글쎄, 숙명이랄까. 등산하는 이에게 왜 산에 오르는지 묻는 것과 같지 않을까. 산이 거기 있어서 간다고 하잖아, 왜”

1950년대 중반 연극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껏 현업에서 맹활약 중인 원로 연출가 임영웅(72)씨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던져 봤다. 왜 연극을 할까. 고희를 넘긴 그의 스케줄은 여느 젊은 연출가 못지않다.

17일부터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달이 물로 걸어오듯> 과 다음달 10일 개막하는 뮤지컬 <갬블러> 의 연출을 맡아 연습에 한창인 그에게 9월엔 연극 <산불> 이 예정돼 있다. 10월에는 그의 대표 레퍼토리 <고도를 기다리며> 를 들고 원작자 사무엘 베케트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 내 베케트극장 무대에 오른다.

본래는 건강상의 이유로 일정을 줄이려 했다는 걸 보니 “팔자소관”이라는 간단명료한 답엔 꽤 많은 의미가 담긴 듯했다. 특히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은 한국연극 100주년을 맞아 극단 산울림이 기획한 시리즈 ‘연극 연출가 대행진’의 첫 무대를 여는 작품이다. 연출가 심재찬 김광보 박근형 이성열씨가 차례로 뒤를 이어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객도 달라졌고 뮤지컬이 무대예술의 주류가 된 요즘이지만 순수 연극의 요망(要望)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해요. 오히려 시대가 변할수록 순수 연극이 갖는 예술적 가치는 더 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순수성과 정통성을 지키는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씨는 사명으로 믿는 순수 연극을 지키는 작업에 후배 연출가들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시작은 제가 열지만 후배들이 한국 연극의 전통과 정신을 이어가는 몫을 톡톡히 해 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흥행 걱정 때문에 무대에 올리기 힘든 연극성이 살아 있는 작품을 연출하도록 독려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 ‘왜 산울림소극장에 올 때만 손님이 안 드는 작품을 하느냐’고 농담을 던지는 처지가 됐지만요.(웃음)”

그의 이름에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 는 69년 한국일보 소극장 개관작으로 초연한 작품이다. 그는 90년에 이어 또 다시 베케트의 고향 더블린에서 공연할 기회를 잡은 것에 강한 자부심을 보이면서 “사무엘 베케트는 복잡한 삶을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여러 연극적 기법을 동원해 깊이 있으면서도 폭 넓게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 번 연출하지만 매번 이전에 깨닫지 못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돼 보는 사람 뿐 아니라 공연을 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는 설명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한 작품에만 40년을 쏟은 그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극단 산울림만 할 수 있는 ‘느린 공연’을 하고 싶어한다. “요즘은 극단에 들어와 무대에 세워주지 않는다며 3개월 만에 그만 두는 젊은이들도 많아요. ‘빨리빨리’가 때로 한국인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연극은 그게 적용이 안 되는 분야인데….”

극작가 고연옥씨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연극 <달이 물로 걸어오듯> 은 현대인의 신뢰를 다룬다. 그는 “현대는 불신의 시대지만 사실 인간의 삶이란 게 확실히 계획하고 증거를 댈 수 있는 합리적인 게 아니다.

이 작품은 진실과 신뢰에 관한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소시민의 삶을 통해 전하는 신선함이 있다”면서 관객에게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을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기에 보는 사람의 삶에 뭔가 도움을 주는 게 연극 아닐까요. 그게 바로 나와 극단 산울림이 할 일이죠.” 공연 문의 (02)334-591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