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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총리 할아버지의 눈물에 대륙넘어 전세계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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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총리 할아버지의 눈물에 대륙넘어 전세계가 감동

입력
2008.06.1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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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대사건은 종종 하나의 이미지나 한 장의 사진으로 정리돼 남게 된다. 꼭 1달 전 발생한 쓰촨(四川)성 원촨(汶川) 대지진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눈물로 정리되는 듯하다.

대지진은 사망 6만 9,000여명, 실종 1만 7,000천여명 등 엄청난 생명을 앗아가면서 중국을 슬픔에 빠뜨렸지만 손해만을 끼치지는 않았다. 발 빠른 대응으로 국제적 찬사를 받은 중국 지도부는 국민을 단결시키면서 리더십을 강화했다.

지진 발발 후 현장으로 달려간 원 총리는 여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72시간 동안 피해지역을 누볐고, 부모와 자식을 잃은 이재민들을 만나 3차례 이상 눈물을 흘렸다. 붕괴된 건물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외상을 입었던 원 총리는 “많은 이들이 건물 밑에 매몰돼 있는데…”라며 치료를 거부한 채 시찰을 이어갔다.

그의 눈물과 일화는 지도부와 인민이 하나라는 정서를 확산시켰다. 네티즌들은 “원 총리여 울지 말라, 당신이 울면 중국이 운다”며 일체감을 표현했다. 원 총리는 이번에 ‘인민의 총리’, ‘원 할아버지’가 됐다. 또 세계적 인터넷 팬 카페 ‘페이스북’에서는 세계 6위 인기 정치인에 올랐다. 원 총리의 눈물은 대지진이라는 최대 재난과의 극적인 조합을 통해 최대 효과를 낸 것이다.

그의 눈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중국인들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당시 톈안먼광장으로 찾아가 눈물로 학생들의 철수를 설득했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를 수행한 젊은 시절의 원 총리와 그의 진정성을 잘 알고 있다.

또 물 흐르듯 자연스런 그의 리더십도 그의 자산이다. 80년대 초반까지 궁벽한 간수(甘肅)성의 지질국에서 일하던 그는 82년 개혁파 지도자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에 의해 뒤늦게 발탁됐고 모시던 후야오방, 자오쯔양의 잇따른 숙청을 지켜보면서 살얼음판을 걷듯 정치생명을 이어왔다.

위마오춘 미 해군대학 교수는 “현 정치국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4명의 총서기를 모신 그의 리더십은 독특할 수 밖에 없다”며 “그의 힘든 역정은 건방지지 않고 화합을 모색하는 리더십을 낳았다”고 평했다. 중국 인민들이 괴팍하고 고집스런 마오쩌둥(毛澤東) 밑에서 인민들을 보듬으면서 동거동락했던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이미지를 그를 통해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이번 지진의 최대 수혜자가 원 총리라면, 최대의 승리자는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 중국 인민이었다. 13억이 똘똘 뭉쳐 ‘쓰촨화이팅’(四川加油)를 외치며 440억위안(6조8,200억원)의 성금을 모았고, 이기적인 성품으로 사회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젊은 세대 조차도 피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전국민이 하나가 됐고, 피해 지역에서는 일체의 소요사태 없이 복구작업이 원활히 진행됐다. 개혁 개방 30년의 성과가 높은 시민의식으로 발현되면서 중국의 진정한 저력을 확인시켜주었다. 반면 구호품을 빼돌리는 부정부패 등 낡은 국가운영시스템은 이번에 그대로 노출됐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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