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나 나는 영어뿐만 아니라 복잡한 숫자에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족속이다. 종합소득세신고 안내서류에는 산출하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난해한 수학 문제처럼 여겨졌다. 그래도 나보다는 숫자에 민감한 아내가 책임지고 나섰는데, 그 실력에 꼭 마감날 하려고 들었다. 서너 시간 끙끙대던 아내가 울었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까짓것 하지 말자!” 그러나 아내는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결기를 세우고는 세무사 사무소로 달려갔다. 세무사는 이러저러한 서류를 떼 와야 가능하고 수수료 20여만 원을 내야한다고 했다. 그 많은 수수료를 낼 수가 없어, 사무소를 나온 아내, 왜 그렇게 계산하는 게 어렵냐고 따지기라도 할 요량으로 지방세무서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아내처럼 도저히 계산이 안돼 발을 동동 구르다가-그것도 마지막 날에-세무서를 찾은 이들이 친절한 도움을 받고 있었다. 세무서에서 동원한 청년들이 친절하게 계산해주고 입력까지 해주었던 것이다. 아내도 한 청년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그 어려운 계산을 종료할 수 있었다. 아내는 감격해서 말했다. “60만원 돌려받을 수 있대. 세무서, 너무 친절해졌어!” 암튼 계산에 젬병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니 덜 부끄러웠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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