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단순한 경영자나 행정가가 아닌 정치가가 돼야 한다.”, “이념적으로 무임승차한 이 대통령은 자유주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재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긴급 시국토론회를 갖고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과 이념적 정체성 부재를 정면 비판했다. 보수단체가 자체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안병직 이사장과 사회평론가 복거일씨, 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 발제자들은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적 리더십을 갖추는게 시급하며, 자유주의 이념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 이사장은 이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이나 행정에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지만 정치는 이해관계의 조정이 주 업무”라며 “이 대통령은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찬성하는 사람은 확실한 지지층으로 묶는 조정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각과 국회의원 후보공천을 이해관계 조정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한 뒤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내각 구성과 경선과정에서 패자를 배려하지 않은 공천이 국민통합과 당내결합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사실패가 총체적인 시국불안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리더십 관련 지정 토론에 나선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ㆍ도덕ㆍ문화적 헤게모니는 실추됐다”며 “좌파는 본래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고, 선거에서 뽑아준 소위 중간파도 이탈했으며, 보수 우파는 이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몰아세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대통령 비판과는 별도로 헌정수호라는 더 큰 당위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위기가 국가적 위기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뉴라이트와 전통보수가 방파제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거일씨는 “이 대통령은 자유주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기업가로서 CEO를 거치고, 행정가로서 서울시장을 지내는 동안에는 확고한 이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대통령은 이념을 무시할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복씨는 “이념이 뒷받침 되지 않은 실용주의에 얽매이다 보니 정권의 기본이념이 돼야 할 자유주의를 소홀히 하게 됐으며, 현 정권의 자유주의에 대한 냉담은 지지 계층의 이탈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복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사 바로잡기 등 대한민국 정통성에 도전하는 활동지원 금지, 좌파이념에 따라 만들어진 왜곡 교과서 수정, 광우병 공포 과장 등 대중매체의 편파적 정보전달 개정, 북한의 선동선전에 맞선 정부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이 대통령이 잃어버린 10년의 실체를 단순히 경제분야로 한정한 것은 심각한 ‘오판’”이라며 “사회 각계각층의 좌파인맥의 실태를 파악, 인적청산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신념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뉴라이트재단과 자유주의 연대는 통합했다. 뉴라이트 재단은 2006년 4월 출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한 자유주의연대는 2004년 11월 각각 출범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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