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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촛불시위와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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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촛불시위와 한미동맹

입력
2008.06.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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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가 한반도 주요 도시의 심장부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7월 초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민의 따뜻한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한미동맹에 기여한 2002시위

물론 촛불시위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한국정부의 실정이다. 정부가 국민의 보건과 생명 보호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이에 항의하자 근본적으로 시정하기보다는 계속 정당화를 시도하면서 미봉책만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촛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졸속으로 쇠고기 협상을 타개한 동인은 미 축산업계의 이익을 존중해 줌으로써 한미동맹의 우위를 과시하고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 통과를 얻으려는 데 있었기 때문에 촛불시위가 장기화한다면 반미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반미감정을 자극하여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 이후 발생한 촛불시위를 살펴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당시 미군이 군사훈련 중 과실로 여중생 둘을 압사시켰다. 그러나 상당 기간 주목을 받지 않았다. 이것이 사회문제로 커진 것은 미군 당국이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으려 하였을 뿐 아니라 장갑차 운전병들을 주한미군 법정에 세워 무죄평결을 내리고 출국시켰기 때문이다. 한ㆍ미 간 불평등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미군 당국이 부적절한 처사를 보였기 때문에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일부 국내 언론과 미국 언론은 반미시위로 규정하고 문제의 시정보다는 시위 자체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더 열중하였다. 물론 일부 반미주의자들이 섞여 성조기를 태우기도 하였으나 대다수 시위자들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유지와 함께 양국관계가 보다 공정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충정과 노력은 한ㆍ미 간 불평등이 시정되는 계기가 되었고 한미관계는 보다 수평적인 관계가 되었다.

2002년 촛불이 주는 큰 교훈은 일방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상황 전개는 한미 우호관계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즉 양 국민이 호혜적으로 이익을 증진하면서 호의가 자연히 형성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동맹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미국이 우방국이지만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알아서 우리 이익을 챙겨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노력이 크게 기여하여 뒤늦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사과하였고, 양국은 매향리 사격장문제와 용산기지 이전을 해결하였으며 SOFA협정을 개선하고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협력함으로써 한미관계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왔다.

이러한 교훈을 되살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방향에서 현 위기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올바른 한미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난국 타개가 가능하다. 잘못된 협상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졸속협상을 자인한 이상 국민의 대다수가 원하는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되고 양국 지도자 간 신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발표하였다. 이제 이를 실제로 보여 주어야 한다.

미에 사과하고 재협상 요청을

솔직하게 미국에 사과하고 재협상을 요청해 방역주권을 지키고 국민 건강을 확실히 보장하는 선에서 재협상을 타결하여야 한다. 미 대선국면에서 FTA 비준을 반대하는 민주당이 미 의회를 주도하고 있으므로 한미 FTA의 연내 미 의회 비준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재협상을 착실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이명박 정부 집권을 적극적으로 환영하였던 부시 대통령이 한국민의 소비자 주권을 존중하고 한미동맹의 격상을 확인한다는 맥락에서 전격적으로 자진하여 재협상에 나서주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민의 대미 인식은 단숨에 개선될 것이고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은 반석에 올라설 것이며 방한하는 부시 대통령은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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