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가 부하 병사의 젖꼭지를 잡아 비틀고 성기를 때렸다면 성추행에 해당할까.
일반 형법상의 ‘추행’과 군형법상 ‘추행’은 그 의미와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성추행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강원도 철원 모 부대 중대장이었던 C(29) 대위는 지난 해 6월 “군생활이 어려우니 다른 소대로 보내달라”는 이모 일병을 폭행해 부상을 입혔다. 7월에는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며 김모 일병에게 ‘엎드려 뻗쳐’를 30분 이상 시키는가 하면, 전투화를 신은 채 김 일병의 발목을 걷어차기도 했다.
C대위의 행동은 구타 뿐만 아니었다. 소속 행정대 박모 상병에게 ‘돼지’라고 놀리며 수 차례 젖꼭지를 꼬집어 잡아 당기고, 손등으로 병사의 성기를 때리기도 했다. 결국 C대위는 폭행, 상해, 추행, 가혹행위 등 혐의로 기소됐고, 보통군사법원(1심)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2심)은 C대위에 대해 추행, 가혹행위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폭행 등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장소가 복도, 사무실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공개된 장소였고, 피해자가 옷을 입고 있었던 점, 피해자도 C대위의 행위를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C대위의 범행을 군형법상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도 10일 C대위에 대해 항소심 판단대로 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군형법상 추행은 항문 성교가 아닌 동성애 성행위 등 일반인이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선량한 성도덕 관념에 반하는 성적 행위”라며 “C대위의 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성적 만족행위로 보기 어려워 군형법상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호하는 형법상 추행과 달리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보호하는 군형법상 추행은 그 행위가 군생활, 군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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