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0대 요리사가 치명적인 설암을 극복하고 요리계의 아카데미상인 ‘제임스 비어드 재단상’을 받아 화제를 낳고 있다.
주인공은 시카고의 유명 레스토랑 엘리니어(Alinea)의 사장이자 주방장인 그랜드 어캐츠(34)로 최근 다른 4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미국 요리사에게 수여되는 영예의 상을 차지했다.
어캐츠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영화 <섹스 앤더 시티> 의 스타 킴 캐트럴과 인기 요리사 보비 플레이가 전달한 메달을 목에 걸고 “이번 수상을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감격해 했다. 섹스>
보스턴 헤럴드 인터넷판이 10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어캐츠는 지난해 8월 설암 4기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언제 사망할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있었다. 당시 어캐츠의 혀는 너무 부어 거의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미각도 대부분 잃었다.
혀는 음식의 맛을 감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만큼 설암은 어캐츠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 것은 물론, 그가 평생의 업으로 삼은 요리사의 길에 대한 모든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어캐츠는 아직 젊은 나이에 병마에 굴복할 수 없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고 어렵고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았다.
설암 4기 환자는 진단을 받은 지 3개월 이내에 목숨을 잃는 게 보통이다. 일반 치료 과정을 보면 먼저 혀 가운데 3분의2를 절단하고 방사성과 화학 치료를 병행한다.
하지만 어캐츠는 요리사의 생명인 혀를 잘라내는 대신 시카고대 종양학 권위자 권유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최신 화학요법과 함께 새로 개발된 암치료약을 복용하는 모험을 택했다.
그는 또 방사선 치료를 통해 혀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한편 암세포를 소멸시키는 수술을 거듭했다. 어캐츠는 암치료 기간 말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을 받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주방을 맡았던 엘리니어에서 직접 요리사들과 어울려 음식을 하지 못한 것이 제일 마음 아팠다고 토로했다.
5개월 동안의 치료와 투병 끝에 어캐츠의 혀에 있는 암세포들이 모두 사라지는 기적이 연출됐다.
이에 어캐츠는 하늘이 자신에게 요리사로 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주었다고 생각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지금도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약도 복용하는 어캐츠가 완전히 미각을 찾으려면 1년이상 더 있어야 한다.
엘리니어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음식을 재창조한다는 ‘분자요리’로 유명하다. 창조적인 요리법에 더해 현란한 프리젠테이션의 어캐츠 음식은 엘리니어를 문을 연지 3년 만에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로 만들었다.
어캐츠는 ‘제임스 비어드 재단상’과는 인연이 깊어 2002년과 2003년에는 최우수 신인상 등을, 작년엔 5대호 지역 최우수 요리사상을 각각 받아 실력파 소장 요리사로 지명도를 높여 왔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요리에 대한 열정을 억제할 수 없었던 그는 노트북을 사용해 요리책을 집필했으며 9월 출판할 예정이다. 또한 시카고에 두 번째 식당을 오픈할 계획이다. 어캐츠는 “캘리포니아 연트빌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체득한 끈기와 추진력이 요리기술 뿐만 아니라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고 술회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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