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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도 경찰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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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도 경찰도 지쳤다

입력
2008.06.1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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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하면서 곳곳에서 촛불집회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녁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에 끝나는 촛불집회가 40일 넘게 이어지면서 핵심 집회 참가자들과 전의경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서울 종로구와 중구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시민 수 만여명이 보름 넘게 새벽까지 도심 거리 시위를 계속 이어나감에 따라 전의경들이 하루 평균 3~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마땅한 숙소조차 없이 서울경찰청 강당 등에서 새우잠을 자는 지방경찰청 파견 전의경들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상태여서 체감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이다.

한 의경은 “너무 졸려서 시위대와 대치한 상황에서도 조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시위대가 ‘집에 가서 자라’고 놀려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일부 파견 지원을 나온 전경 중대에 대해서는 복귀 지시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방경찰청에서 파견된 140개 중대 중 지원 기간이 7일을 넘은 106개 중대는 11일부터 순차적으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힘든 것은 집회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연일 집회를 주최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와 새벽까지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 적극 참가자들은 40일 이상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종로 사거리 일대에는 최근 노숙 시민들이 100여명에 달하고 있다. 박모(42)씨는 “6일부터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너무 피곤해서 집에도 가지 않고 노숙을 한다”고 말했다.

쌓여가는 피로 때문인지 대책회의도 11일부터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시민들의 호응으로 지금까지는 피곤함을 잊고 지냈지만, 육체적으로 피로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민이 많이 모이는 주말에는 지도부가 직접 집회를 진행하고, 주중에는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 상인들은 물론 매일 밤 시민들의 단골 시위 코스가 된 종로구 적선동과 안국동 일대 주민들의 인내도 한계 수준에 도달했다.

적선동 주민 손모(68ㆍ여)씨는 “밤마다 시위대가 틀어놓는 음악 소리와 구호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대타협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58ㆍ여)씨도 “경찰의 봉쇄로 요즘은 손님이 거의 없다”며 “재협상이든, 내각 전면교체든 정부 조치가 빨리 나와 집회가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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