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적인 말투 때문에 내가 마치 전쟁광처럼 비쳐졌다.”
퇴임을 6개월 남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유럽 고별 순방 중 가진 인터뷰에서 임기 8년에 대한 회한을 털어놓았다. 기세등등하게 테러와의 전쟁을 밀어붙였지만 최악의 지지율 속에서 퇴임을 눈 앞에 둔 탓인지 후회와 자기 변명이 뒤섞여 묻어나왔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라크전쟁을 두고 미국사회가 극심하게 분열된 데 대한 유감과 함께 미국이 오해 받고 있는 데 대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유럽 순방을 위해 대서양을 건너는 미 대통령 전용 특별기 에어포스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좀 다른 수사와 톤으로 말을 했어야 했다”며 “‘덤벼 봐’, ‘죽느냐 사느냐’ 같은 표현이 내가 평화주의자가 아닌 것처럼 비쳐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편이 아니라면 우리의 적이다’ ‘죽느냐 사느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테러와의 성전은 계속될 것이다’‘악한들을 세상에서 제거하라’ 등 그간 무수하게 쏟아냈던 호전적인 발언이 자신 뿐 아니라 미국에도 악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유럽에서 ‘악의 세력’으로 비춰지고 있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선과 자유의 세력이다. 미국은 질병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에이즈 퇴치 및 구호 활동을 가장 많이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결정 자체를 후회한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을 사지로 보내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이라크 문제에서 외교적인 노력을 다 했다는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는 등 억울한 심정도 늘어놓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자기 변명처럼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를 희망했다.
그의 퇴임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심지어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나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 마지막까지 힘껏 달릴 에너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며 남은 임기를 훌륭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열정도 보였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남은 임기의 초점은 북핵 6자 회담, 이란 문제, 중동평화협상 등의 문제에서 후임 대통령이 좀 더 일하기 편한 외교적 틀을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란 대통령과 직접 만날 것이란 오바마 의원의 제안이 이란 핵 야욕에 대해 공동 대처해온 서방국가들의 단결에 균열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오바마를 대선후보로 지명한 사실 자체가 미국이 어디까지 와있는가를 말해준다”고 답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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