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어쩔 수 없이 별의별 유형의 성품들과 더불어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선생도 학우도 두려워하는 ‘인간말짜’급으로 분류되어 악명을 떨치는 성품도 있었다. 그 ‘인간말짜’급에 속하는 두 친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대화를 했다. “너도 가만히 보면 참 여려!” “너도 속은 참 착해!” 살면서, ‘저런 뭐 같은 인간이 다 있나?’ 경원했는데, 겪어보니, 대화를 해보니,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니, 참 착하고 여린 사람이구나, 하면서 나의 섣부른 선입견을 반성하는 일이 많았다.
아마 나를 뭐 같은 놈으로 보았던 이들 중에도, 나를 겪어본 뒤에, ‘걔가 알고 보니 나름대로 선한 애더라!’ 식으로 생각을 바꾼 일이 있었을 테다. 그렇게 겪어보면,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다. 그래서 부정과 비리가 속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닌데, 나도 알고 보면 나쁜 놈이 아닌데, 우리끼리 이 정도 부정과 비리는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왜, 우리끼리는 여리고 착한데,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그토록 잘못된 사람이어야 하나? 오히려 우리를 모르는 이들한테 더 선량한 사람이 돼야 하는 것 아닐는지.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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