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올해 들어 항공기의 엔진 부위에 붙어 있는 오물과 얼룩을 수시로 씻어내고 있다. 이전까지는 1년에 한 두 번 해왔던 일이다.
이 항공사가 항공기 엔진을 수시로 세척하는 것은 고유가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 사소해 보이지만 회사측은 이를 통해 올해에만 전체 연료비의 3.5%에 해당하는 3억 3,000만 달러(약 3,300억원)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미국의 항공업계가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연료를 많이 쓰는 노후 항공기를 교체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 이제는 운항 속도를 줄이거나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내의 운항 규정집까지 없애는 극한적인 방안도 불사하고 있다. 원가의 가장 많은 부분을 연료가 차지하는 항공업계의 특성상 연료 소모를 줄이지 않고서는 고유가 시대를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델타 항공은 올해부터 항공기의 운항 속도를 연료 소모가 가장 적은 시속 480마일로 늦춰 운항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그간 500마일로 운항했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에서 애틀랜타까지의 운항 시간은 4시간 18분으로 4분 늦어졌다. 운항 스케줄을 바꾸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늦출 수 있는 최대 폭이다. 탑승객 좌석도 무게가 2.5kg 적은 것으로 교체했다.
기장과 부기장이 기내에 각각 보관해야 하는 운항 규정집도 마찬가지. 회사측은 “운항 규정집은 무게가 1.5파운드(약 0.7kg)에 불과하지만 연료를 소모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부 허가가 나오는 대로 운항 규정을 컴퓨터 스크린에 담아 두는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노스웨스트 항공은 국제선의 기내 화장실용 물을 25% 적게 담아 운항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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