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블록버스터.
발음하다 보면 두어 번 악관절이 심히 긴장되는 이 용어에 딱 맞는 모양새로, 헐크가 돌아왔다. 전작 <헐크> (2003년)를 대만 출신 ‘생각 많은’ 감독 리안에게 맡겼던 게 실수라고 생각했을까. 속편인 이번 작품은 철저히 ‘액션 블록버스터’, 요 여섯 글자에 충실하다. 포화지방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고 되레 그걸 강조하는 햄버거 같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중독성 강한 기름이 번진다. 헐크>
아주 명쾌하게, 영화는 헐크라는 캐릭터를 설명한다. 억압된 자아와 분열된 인격에 대한 고민, 현대인의 이중성에 대한 은유 따위는 두터운 햄버거 패티 위에 얹힌 얄팍한 피클 정도. 그런 게 있었다는 사실을 살짝 보여주고 만다. 대신, 영화는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를 향해 달려간다. 헐크와 짝퉁 헐크의 대결, 녹색 ‘덩어리’들이 펼치는 신나는 이종격투기 한 판이다.
영화는 브라질에서부터 캐나다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며 현란한 영상을 보여준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배경은 초반부가 촬영된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 감마선 노출 사고 후 숨어 사는 브루스 배너는 이곳에서 치료제 개발을 기다린다. 그의 소재를 파악한 특수부대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리듬감이 일품이다. 그러나 브루스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코믹스의 테두리 속을 배회한다. 헐크 변신‘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말초신경을 얼얼하게 만드는 포효와 점증되는 속도감, 그러나 뒤로 갈수록 힘이 부치는 느낌이다. 웬만한 속도와 비주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쾌감은 절대적이지 못하다. 그걸 제작자도 직감하는 까닭인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엔 꽤 익살스러운 에필로그가 덧붙는다. 마블코믹스 사단의 또다른 영웅이 ‘겹치기 출연’을 한다. 다만 그의 말대로 그들이 ‘팀을 이루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더블버거를 먹는 건 고역일 듯하니. 감독 루이스 리테이너.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유상호기자 sh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