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구마 주산지였던 전남 함평은 10년 전엔 3무(無)의 고장이었다. 천연자원과 산업시설이 없는 데다 관광자원도 빈약했다. 재정 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꼴찌 수준인 12%에 불과했으며, 농업종사자가 70% 가량 될 정도로 남도의 오지(奧地)였다.
하지만 함평은 지금 나비도시로 화려하게 변모했다. 4월 18일부터 이 달 1일까지 개최된 ‘세계나비ㆍ곤충 엑스포’를 찾은 관광객은 130만 명으로 입장료 수입만 93억원을 올렸다. 10년간 누적 관광객수가 1,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함평이 ‘고구마 깡촌’의 껍질을 벗고, 한국 생태ㆍ환경관광의 1번지로 변모한 것은 1998년에 당선된 방송사 PD출신 이석형 군수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취임 후 군(郡)의 재정상태를 알고 앞이 캄캄했다는 그는 몇 달간 잠을 못 자며 고심한 끝에 나비축제 아이디어를 냈다. 함평천을 따라 대규모 꽃을 심고, 이곳에 나비를 날리는 친환경 생태체험 축제를 열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5월 5일 어린이날에 볼거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제1회 함평나비축제를 열어 6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나비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면서 국제적 축제로 발돋움했다.
▦나비축제의 성공 사례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차별화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벤트를 열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별 축제의 활성화는 우리나라의 관광이 설악산 불국사 등 명소 중심의 관광에 치중돼 외국 관광객들에게 ‘볼 것 없고, 먹을 것 없고, 놀 것 없다’는 부정적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드웨어적 관광으론 자금성 만리장성 등 중국의 방대한 역사자원은 물론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의 휴양지 등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제조업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연간 3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관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별로 축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나비축제 및 도자기 엑스포 등 일부를 제외하곤 함량이 떨어지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차별화한 지역별 관광자원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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