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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인적 쇄신보다 시스템 수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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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인적 쇄신보다 시스템 수리부터'

입력
2008.06.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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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경제의 황금기로 불리는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은 딱 3명이었다. 로이드 벤슨과 로버트 루빈, 로렌스 서머스. 특히 그린스펀 연준(FRB)의장과 함께 ‘골디락스(저물가 위에 안정성장)’를 실현하며 ‘루비노믹스’란 말까지 만들어냈던 루빈 재무장관은 무려 4년 반을 재임했다.

# 부시 현 대통령도 8년 재임기간 동안 재무장관으로 3명만 썼다. 폴 오닐과 존 스노, 헨리 폴슨. 클린턴 시절 만큼 경제호황을 구가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재무장관을 쉽게 교체하지는 않았다.

# 3명의 재무장관이 8년을 이끌었던 미국과 달리, 노무현 정부는 5년간 4명의 재정경제부장관(김진표 이헌재 한덕수 권오규)을 썼다. 그래도 모두 1년 이상 재임했으니, 과거에 비하면 ‘장수장관’인 셈이다. 김대중 정부에선 5명(이규성 강봉균 이헌재 진념 전윤철)의 재경부장관이 거쳐갔고, 김영삼 정부 때는 무려 7명(이경식 정재석 홍재형 나웅배 한승수 강경식 임창렬)나 됐다.

국정 난맥상 타개를 위한 인적 쇄신 바람에 ‘강만수 경제팀’이 출범 3개월여 만에 기우뚱거리고 있다. 문제가 된 다른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들에 비하면 ‘쇄신의 주 타깃’은 아니지만, ‘확 바꿔야 된다’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강만수 경제팀도 생존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팀에 관한 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팀의 거취는 단기적 성과나 여론무마용 충격요법 차원에서 정해져서는 안되며, ‘인적 쇄신’ 보다는 ‘시스템 쇄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물론 강만수 경제팀의 3개월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결코 잘한 것은 없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첫째, 정책 자체의 판단착오. 환율정책이 대표적이다. 새 정부의 성장코드에 너무 충실했던 탓인지, 아니면 환란체험 때문이었던지 강만수 장관은 인플레이션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 결과 무리하게 고환율 정책을 고집했고, 시장에 혼란만 준 채 최근 들어서야 이를 수정하게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고환율은 수출증대 보다 물가악화 효과가 훨씬 크다. 이 점을 현 경제팀이 너무 가볍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는 정책 자체 보다는 정책추진방식의 문제. 메가뱅크에 관한 금융위원회와의 갈등, 추경편성을 둘러싼 여당과의 불협화음이 여기에 속한다. 한 정부관계자는 “메가뱅크나 추경 주장 자체를 미스라고 하면 곤란하다. 다만 내부적으로 여과되지 못한 채 갈등으로 불거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점들이 치명적 ‘경질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특히 인적 쇄신론의 방아쇠였던 쇠고기 문제에 관한 한 경제팀이 끼어 들어갈 여지조차 없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경제팀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시스템 쇄신’은 필요해 보인다. 우선은 내부조율기능 강화.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이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견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시장엔 불확실성이 된다. 시장을 위해서라도 내부조율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흐름을 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기본적 인식을 꼬집는 시각도 있다. 특히 향후 경제정책의 초점이 ‘경기하강기 대응’쪽에 맞춰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강 장관의 취약한 거시부문을 보완해줄 사람이나 조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너무 학자 위주로 짜여져 있어 ‘약체’ 평가를 받고 있는 경제수석실도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차제에 기획재정부(강만수)-금융위원회(전광우)-국정기획수석실(곽승준)-경제수석실(김중수)간 업무구분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간 최단명 경제팀장은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2000년1~8월:7개월)이었다. 잦은 수뇌부교체는 행정공백과 정책비용으로, 경제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평가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은 “100일밖에 되지 않은 경제팀에겐 솔직히 뭘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더구나 총선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정책을 얘기하기도 힘들었다. 평가를 하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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