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율화 조치, 대입 3단계 자율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들을 사실상 입안하고 추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9일 그를 ‘교육정책 추진 혼선의 주범’으로 지목해 자진 사퇴를 직접 요구한데 이어, 전국교직원노조도 이 수석의 교체를 촉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책임을 지고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일괄 사의를 표명한 이 수석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교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은 이 수석에 대한 교육계의 비판 여론을 수용해 교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 수석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교육과학기술부를 포함한 정책시스템 운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교과부 및 교육 유관기관장 인사에도 많은 파열음을 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 이 수석에게 있다는 것이다.
정책시스템 운영 마비는 이 수석 주도로 청와대가 사실상 교육정책 수립 및 집행 기능까지 맡으면서 교과부가 ‘허수아비 부처’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고, 인사 문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사퇴 외압 등 논란을 지칭한다. 결국 이 수석이 교육정책과 인사까지 장악하는 바람에 빚어진 총체적인 난맥상이라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졸속으로 입안한 영어몰입교육을 여론의 반발에 밀리자 전격적으로 취소하거나, 학교자율화 조치를 추진하면서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학교 현장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는데도 해당 부처인 교과부와 정책을 만들었던 이 수석은 단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교육계 불안을 막기 위해서도 이 수석은 물러나는게 옳다”고 말했다.
전교조도 10일 정부의 교육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하는 ‘전국 학교 대표자 선언’을 발표하면서 이 수석의 교체를 요구하기로 했다. 전교조측은 “정부의 기만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대통령은 이 수석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김도연 교과부 장관과 이 수석의 동반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옛 교육인적자원부 고위 간부 출신의 한 교육계 인사는 “교과부의 특별교부금 논란 문제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가 정책조정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더라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정책 입안 및 집행기능에 치중한 탓에 정작 중요한 조정기능을 놓쳤다는 뜻이다.
한편 이 수석은 자신에 대한 교육계의 사퇴 요구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새 정부 교육정책은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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