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9일‘학원 심야교습 시간 연장’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별도 예산을 책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3월 밤샘 학원 영업을 허용하려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백지화 한 관련 조례를 불과 두 달 여만에 다시 고쳐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일종의 사전 포석이다.
시교육청은 “단순한 여론 수렴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학부모와 교원단체들은 “교육 당국이 학교자율화를 빌미로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 ”며 비난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날 “학원 교습시간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여론조사 및 공청회 실시 경비’ 명목으로 4,540만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례 개정에 대해서는 “학부모 등 서울 시민의 의견과 학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진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지난달 2일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현안업무보고 자리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여론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물론 당장 조례가 개정되는 것은 아니다. 추경예산 편성안만 해도 서울시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의회 소관 상임위와 본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확정된다.
교육계에서는 시교육청이 두 달 전 시의회에서 ‘24시간 교습 허용’으로 말썽을 빚은 조례 개정을 서둘러 재추진하는 것에 시선이 곱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습시간 연장은 지난해 3월부터 교육청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시의회가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안을 내놓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현실적 필요성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원들이 공공연히 심야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후 10시로 제한돼 있는 현행 규정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시교육청은 조례를 개정할 경우 오후 11시로 1시간 늘리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원ㆍ학부모단체들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교습 시간을 연장하겠다”는 시교육청의 명분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시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폐기한 것은 학원 교습 시간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며 “시교육청이 논란이 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난데 없이 교습 시간 연장을 들고 나온 데에는 7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원 업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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