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3선의 추미애(서울 광진을) 의원은 8일 쇠고기 파동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민의를 수용해 재협상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그래야 야당도 원내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대안정당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치열한 노선투쟁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명박 정부 100일이 지났는데 간략히 평가해 달라.
“애초부터 방향성이 없었다. 국가 운영에 대한 전략과 미래비전이 결여돼 있고 한건주의에 매몰돼 있다. 그러니 쇠고기 시장을 서둘러 개방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쉽게 풀릴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보나.
“촛불집회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표현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볼모로 잡혀 있다고 해서 직접 의사표현을 하러 나온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당황하니까 동문서답식이긴 하지만 하나씩 후퇴하고 있다. 이는 직접민주주의의 승리다.”
- 쇠고기 파동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사회적 갈등 요인을 조정하고 조율해서 이를 법과 제도로 만들어내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다. 현재로서는 정치권이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서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 당은 지금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데….
“국민이 문제를 제기했으니 정치권은 해법을 고민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 때는 야당이 거리투쟁에 적극 나서는 게 정의로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원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하지만 야당에게는 대통령의 우이독경식 정국 운영을 막을 책임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먼저 대원칙, 즉 재협상을 수용해야 한다.”
-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의 여건상 시장 개방은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섬세한 보호가 전제돼야 한다. 한미 FTA가 미칠 경제ㆍ사회적 파장은 쇠고기 문제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곧바로 비준안을 처리할 것인지, 말 것인지로 가서는 안 된다. 18대 국회에서 상임위별로 쟁점 현안들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 최근의 장외투쟁이 6ㆍ4재보선 승리의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 여당이 미래비전을 보여 주지 못하고 한건주의에 몰두하니까 민심이 등을 돌렸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도 않았다. 지금은 정말 몇 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인물이나 노선에서 한나라당과 분명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또 대중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의 노선을 갖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당을 살려낼 수 있다.”
- 당의 이념과 정체성은 어떤 방향이어야 하나.
“우리가 민주화에 몸을 던진 것은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국민이 개성과 자유를 맘껏 누리고 창발성을 발현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난 4년 간의 연이은 실책과 대선 총선 패배로 자포자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 세력의 후예들은 한반도대운하 같은 것을 얘기하며 발상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나.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미래세력으로서의 시대적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
- 당 안팎에 호남당화(化)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우리 지지층은 전국정당을 염원하며 호남 고립화를 우려한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권은 그렇지 못하다. 지지층과 민심의 요구를 당이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은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 당내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데….
“당내 갈등을 해소하려면 기본적으로 당이 기득권 재생산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인테리어만 변경하거나 간판만 바꿔달아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전당대회 준비부터 민심을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
- 5년 후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12년 간 정치를 하면서 항상 가치를 지향하며 살았다고 자부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도록 스스로를 단련시키려고 한다.”
이은호 기자 leeeunho@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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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철저히 검증해야" "촛불집회, 대의 민주주의 위기 측면도"
통합민주당 당권주자인 추미애 의원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18대 국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쇠고기 문제가 마무리되면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손학규 대표 등 현 지도부의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추 의원은 “우리 여건상 시장 개방은 공격적으로 해야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섬세한 보호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한미 FTA에는 쇠고기 문제보다 훨씬 더 민감하고 경제ㆍ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쟁점들이 있는 만큼 여론몰이식으로 비준안 처리에 대한 찬반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간 일부 전문가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에 대해 지적했지만 국회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18대 국회는 상임위별로 쟁점 현안들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촛불집회에 대해 “직접 민주주의의 승리이지만 동시에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추 의원은 또 “일단 책임은 정부 여당에게 묻는 게 맞지만 야당도 국민이 제기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한다면 야당은 원내에서 머리를 맞대고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leeeunho@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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