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역사적 무게↓… 오락적 재미↑… '퓨전사극' 전성시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역사적 무게↓… 오락적 재미↑… '퓨전사극' 전성시대

입력
2008.06.10 08:22
0 0

'영웅을 소재로 한 액션 판타지 사극'. 최근 방영되고 있는 사극의 트렌드다. SBS <일지매> 와 KBS2TV <최강칠우> 가 MBC 월화드라마 <이산> , 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 , KBS2TV 주말드라마 <대왕 세종> 등 왕을 소재로 한 정치 사극의 틀에서 벗어나 왕에 맞선 의적 영웅을 다룬 이야기로 안방 극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사극에서도 임꺽정 등 왕이 아닌 의적의 이야기를 다룬 적은 있지만 주로 민란의 배경이나 의적으로서 선행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일지매> 와 <최강칠우> 는 역사적 인물과 배경만을 차용할 뿐 오락적 재미와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한 '퓨전 사극' 장르를 추구하고 있다.

퓨전 사극의 주인공들은 현대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탈바꿈했다. 이들은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목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만능 의적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과 한계를 인식하는 보다 현실적인 인물이다.

<최강칠우> 를 연출한 박민영 PD는 "요즘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을 무작정 돕기보단 자신이 처한 상황을 따져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추구하는 게 현실"이라며 "주인공 칠우도 반드시 모든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기보단 꼭 도와줘야 할 인물들에게 손을 내미는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역사적 사실이란 소재의 한계도 극복했다. 최근 종영한 KBS2TV <쾌도 홍길동> 과 <일지매> 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조선 시대의 원작 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가'라는 논란에서 자유롭다.

드라마 속엔 오늘날 신문을 장식하는 각종 이슈들도 묻어난다. <쾌도 홍길동> 에선 '청나라 말 몰입교육'을 등장시켜 이명박 정부의 '영어 몰입 교육'을 풍자했고, <일지매> 에선 마치 K-1 이종 격투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검술법도 각 시대의 대장 기술이나 총포 도입 시기 등에 맞춰 면밀히 검토했다기보다 화려한 볼거리에 맞게 성능이나 외형을 변형한 것도 많다.

'픽션(허구)'을 더욱 과감하게 부각한 작품들도 있다. 10월 방영 예정인 SBS 사극 <바람의 화원> 은 조선의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파격적인 가정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사극이 역사적 무게나 교훈 대신 현대극 이상의 오락적 재미를 선택한 셈이다.

지난해 방영된 MBC 대작 사극 <태왕사신기> 는 단군이 고구려 광개토대왕으로 환생했다는 허구의 이야기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판타지 사극으로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 제작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한류 스타 배용준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퓨전 드라마의 변신은 드라마 소재 뿐 아니라 연출 스타일에서도 확연하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장면 전환이 빠르고, 인물간 대치 장면에서도 클로우즈 업이 훨씬 자주 등장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의 코미디 연기를 적절하게 교차 편집해 극의 흐름을 가볍고 빠르게 끌고 나간다.

한 방송 관계자는 "<쾌도 홍길동> 의 경우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록 밴드 '노브레인'의 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등장하고, 인물간 대치 신에서도 화면이 '쾅' '쾅' 터뜨리는 느낌이 나도록 편집해 극적 긴장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극의 변화에 대해 "대중의 입맛이 자극적인 헐리우드 액션물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석희씨는 "최근까지 사극은 '옛날 이야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했지만 요즘 대중들은 사극을 하나의 '볼거리'로 받아들여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보듯 사극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다른 방송 관계자는 "판타지 성격이 강했던 <태왕 사신기> 의 성공 이후 사극에서도 내용이나 스타일에 한계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다"며 "앞으로 사극은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