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중:공공의적 1-1> 촬영기간 내내 설경구는 강철중역의 의상인 국방색 점퍼와 추리닝 바지를 입은 채 ‘출퇴근’을 했고 ‘업무’에 임했다. 딱히 강철중에 몰입하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편해서였다. 강철중:공공의적>
이미 5년 전 살을 13㎏가량 찌우고 코뼈까지 부러뜨리며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꼴통 형사’ 강철중은 설경구에겐 거실에 드러누워 TV보는 것처럼 편하기 그지 없을 역할. 한번 해본 연기이니 당연히 쉽겠지 생각했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형이 말이다~’식의 강철중 특유의 목소리 톤과 ‘썩소’(썩은 미소의 준말로 어색한 웃음을 뜻하는 속어)와 눈빛이 그냥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촬영장에서는 입과 몸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지 마라. 형이 돈이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든다고 해서 패고, 어떤 XX는 얼굴이 기분 나빠. 그래서 패고…’식의 문어체 대사가 봇물을 터트렸던 <공공의적> 1편과 달리 ‘뭔 가족이 이렇게 팀워크가 안 맞냐’식의 구어체가 주를 이룬 점이 그에겐 장애로 다가왔다. 공공의적>
일자무식에 생활력이라곤 한치도 찾아보기 힘들던 싸움꾼 강철중이 전세금을 걱정하고 이자 셈까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모한 점도 연기의 맥을 찾기 힘들게 했다. 욕을 혀에 달고 살던 강철중이 예전보다 욕도 덜하고 폭력도 덜 휘두르고 나름 논리를 갖춘 좀 더 느물거리는 인물이 된 것.
설경구는 “깡패사업가 이원술(정재영)이 인간적인 ‘공공의적’ 역할을 한 덕분에 강철중이 ‘부드러운 남자’로 변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공의적> 1편과 2편은 적 자체가 정말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패륜아거나 사이코패스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고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 천성이 나쁘지 않은 그런 공공의적이니 그악스럽게 덤벼들 수가 없죠. 이러다 다음 시리즈 또 나오면 강철중이 너무 바른 생활 사나이 되는 것 아닌가 몰라요. 그러면 큰일 나는데…” 공공의적>
하지만 일단 마음에 둔 악당은 징글지게 물고 늘어지는 천하의 강철중 ‘똘끼’는 요지부동이다. “너 범인, 나 형사, 그래 죽었어 너, 쫓아가서 뒤지게 패고 종료… 형식은 1편이나 지금이나 똑 같습니다.”
1편과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걷는 <강철중…> 의 차이점을 설경구는 ‘웃음’으로 구별 지었다. “1편에선 이문식과 유해진이 크게 한방씩 터트렸다면 이번 영화서는 출연자 모두가 조금씩 웃겨요. 심지어 정재영도 웃음을 만들어내죠.” 강철중…>
설경구는 4월초 촬영이 끝난 뒤 잠수를 탄 채 하루 4시간씩 운동에 빠져있다. 강철중이 되기 위해 불렸던 11㎏의 군살을 빼기 위해서다. 그렇게 강철중의 흔적을 몸에서 거의 다 지운 설경구의 다음 출연작은 윤제균 감독의 재난영화 <해운대> . 해운대>
100만 피서객이 몰린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치면서 벌어지는 참혹한 재앙과 이를 이겨내는 인간애를 담고 있다. “그림상으로만 봤을 때 <해운대> 는 제가 처음 출연하는 블록버스터죠. 하지만 외양과 달리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해운대>
맡는 역할마다 변신을 거듭하며 관객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던 이 배우도 인터뷰 말미 멜로에 대해선 ‘두려움’을 슬쩍 드러냈다. “(멜로)안 할래요. 안 되는 걸 뭘… (관객들이) 저를 세게 생각들 하시더라구요. 잘 못 받아 들이더라고요. 사실 제 성격 순박한데… 아! <오아시스> 는 성공했다. 그게 정말 찐한 멜로잖아요. 개성 강한 사람들의 진짜 멜로…” 오아시스>
■ '장진 시나리오+악역 정재영' 속편의 새로운 피
<강철중:공공의적 1-1> 은 제목이 암시한 듯 <공공의적> 1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공의적 2> 에서 강철중이 검사로 신분상승을 이뤘다면, 이번에는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반 형사라는 본연의 '계급'으로 원위치 한다. 공공의적> 공공의적> 강철중:공공의적>
아무도 못 말릴 강철중의 활약상이 전편에 못지않게 펼쳐지는 것은 예정된 순서. 그의 활약상에 추임새를 넣는 주변인물 엄 반장(강신일)과 산수(이문식), 용만(유해진) 등이 1편에서의 역할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하지만 큰 틀은 그대로다. 전편의 흥행코드에 기대면서 속편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강철중…> 은 애써 피해 가지 않는다. 강철중…>
고루한 매너리즘에 빠질 듯한 이 영화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요소는 두 가지. 정박자로 직설화법을 내뱉는 강우석 감독의 연출법과 엇박자 대사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진 감독 시나리오의 절묘한 결합, 그리고 살벌하지만 웃기는 공공의 적 이원술역의 정재영이다.
상식을 뒤집는 대사와 엉뚱한 상황 연출이 장기인 장 감독은 "(가방을) 뒤질 만 하니까 뒤지지. 까불면 디지지" 등의 리듬감 있는 대사로 활력을 불어넣고, 강 감독은 숙련된 연출법과 임기응변으로 화답한다.
"수입 쇠고기는 잘 익혀 먹지 않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을 수 있거든"이라는, 지극히 시사적인 대사는 강 감독이 촬영현장서 즉석으로 만들어 낸 것. 시종 찬바람을 몰고 다니면서도 "오줌 싸겄다, 얼른 가자" "만났다 하면 기스가 나네" 등의 코믹 대사로 관객의 안면근육을 풀어주는 정재영의 노련한 연기도 백미다.
<공공의적> 1편이 서너 차례 큰 웃음의 파도로 객석을 덮쳤다면 <강철중…> 은 작은 웃음의 파도가 줄기차게 출렁인다. 관객들이 화끈한 대포 한방을 원하느냐 줄기찬 소총 발사를 원하느냐가 흥행을 가를 전망.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강철중…> 공공의적>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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