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가 난국의 해법을 찾으려 마주 앉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9일 오전 삼청동 안가에서 극비 회동한 것이다.
이날 조찬은 오전 7시30분부터 9시1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두 사람 외 여권의 중량감 있는 다른 인사 한 명도 같이 참석한 3자 회동이었으나, 사실상 두 사람의 독대였다. 이 대통령이 8일 이 전 부의장에게 식사를 같이 할 것을 요청했고, 이 부의장은 9일 망설임 없이 조용히 안가로 찾아갔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회동에서는 자연스럽게 많은 현안이 논의됐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에 대해서 두 사람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인적 쇄신의 규모, 민심 수습책, 청와대 시스템의 개편, 여권 핵심간 권력투쟁설 등 모든 현안에 대해 허심 탄회하게 얘기가 오갔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 얘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동에서 총리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인사들 사이에서 "이 전 부의장이 이 대통령에게 '박근혜 총리 기용'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해보라고 조언했다"는 말이 퍼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난국 타개를 위해 '박근혜 총리'만한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이 전 부의장이 이날 조찬 회동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박 전 대표가 당내는 물론 다른 곳에서도 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여운과 시사가 가득한 언급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는 것이 난국 타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박근혜 총리 카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유효하며 성사 여부를 떠나 좋은 정국수습 방안의 하나로 나온 것이며 택할 것이냐, 마느냐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주류 핵심 의원은 "이 대통령이 박근혜 총리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시점에서의 '박근혜 총리론'은 이를테면 1996년 총선 때 어려움에 처해 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리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선대위원장에 기용해 난국을 돌파했던 상황과 비교할 수도 있다.
아직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총리를 정식 제안한 것은 아니다. 설령 제안을 한다고 해도 박 전 대표가 수용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박 전 대표측은 총리 제안이 올 때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받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만약 두 형제가 박근혜 총리론에 공감했다면 언제 어떤 식으로 진정성 있게 제안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녹용 기자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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