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재보선에 반영된 쇠고기 민심은 승자와 패자의 자리를 바꿨다. 역대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했던 한나라당은 고개를 떨궜고, 연전연패했던 민주당은 오랜 만에 환하게 웃었다.
4일 밤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는 전에 없던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지난해 대선과 올 4월 총선에서의 잇단 승리로 고무돼 있던 이전의 당사가 아니었다.
당직자들은 쇠고기 사태를 기점으로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는 것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솔직히 중앙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자치단체장 선거는 우리에게 유리한 만큼 6명의 후보 가운데 반 이상은 된다고 봤다”면서 “쇠고기 민심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찼다. 한 당직자는 “내일 상복을 입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당사 2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엔 몇몇 사무처 직원만 남아 개표결과를 지켜봤고, 오후 8시쯤 권영세 사무총장이 잠시 들른 것 외엔 지도부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패배의 그늘은 짙었다.
반면 영등포구 당산동 민주당사는 6층 상황실은 개표 초반부터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특히 관심을 모았던 수도권 기초단체장ㆍ광역의원 선거에서 압승 기류가 감지되자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또 전국적으로 당선자가 확정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쇠고기 민심이 무섭긴 무섭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오후 10시30분께 상황실을 찾은 손학규 대표는 “국민의 뜻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며 “민심을 받들어 쇠고기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해내고 한반도 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같이 서민생활을 침해하는 일은 단호히 막겠다”고 다짐했다.
자유선진당은 충남지역 재보선 완승을 자축했고, 청계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경남 창원에서의 광역의원 선거 승리가 확정된 뒤 촛불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기도 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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