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공기업 대표들에 대한 인선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가 기치로 내걸었던 ‘개혁’ 혹은 ‘선진화’의 실상이 확인되고 있다. 경직된 조직을 실용화하고 방만한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정신을 심겠다는 것이 당초 국민들과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쇠고기 촛불집회의 와중에 슬금슬금 내정 혹은 확정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이른바 ‘MB맨’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지난 달 190여 곳의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장(長)들로부터 사표를 받아 놓았으나 공모의 기준과 원칙이 불확실하고, 청탁과 압력이 기승을 부린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임명이나 내정을 주저해 왔다. 청와대는 인사에 일체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으며, 오직 전문성과 역량을 기준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와 국정철학과 가치관이 다른 이들이 자리에 앉아 정책이 왜곡되고 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쇠고기 촛불집회가 절정에 이른 지난 주말 7~8 곳 주요 공기업ㆍ공공기관의 새로운 수장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비록 ‘공모 중’이고 ‘유력 후보’ 수준이라지만, 그 동안의 과정으로 보아 사실상 내정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면면은 국정철학과 가치관에서 ‘MB맨’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전문성과 역량을 평가한 근거도 ‘현대건설-서울시장-대선후보-인수위’라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에서 잣대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민심에서 유리되기 시작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잘못된 인사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부자’나 ‘고소영’으로 힐난 받는 ‘주변 사람 챙기기’는 일반인들의 분노를 자초했고, 현 정부의 고민거리라는 ‘참여정부 인사의 조직적 버티기’에도 힘과 명분을 주고 있다. 그렇게 잘못된 인사를 똑같이 이어가면서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개혁이나 선진화를 이룰 순 없다. 계속되는 촛불집회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광우병 쇠고기’ 문제의 해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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