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빵과 물입니다. 군대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파키스탄과 아프간에서 20여년 동안 인도주의 지원활동을 펴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일본 의사 나카무라 데쓰(中村哲ㆍ62)씨가 7일 일본 정부가 부흥지원활동 명분으로 아프간 본토에 육상자위대를 파견할 경우 현지 활동을 중단하고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시 귀국한 나카무라씨는 이날 후쿠오카(福岡)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위대가 파견될 경우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들이 무장세력의 공격 대상이 돼 안전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일본인 활동가 전원을 귀국시키고 활동을 일시 중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은 심각한 식량난과 끊이지 않는 오폭으로 정부와 외국군에 대한 반발이 강해지고 있어 군복을 입은 자위대가 오면 ‘적(미군)의 편은 적’으로 간주돼 공격 받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민간 활동으로 쌓아온 우호적인 대일 감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우리의 활동도 위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안상황에 대해 “아프간에 비전투지역은 거의 없다”며 “설사 있다 하더라도 군이 진주하면 전투지역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 출신으로 규슈(九州)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나카무라씨는 1984년부터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한센병 환자 치료와 난민 의료지원활동을 펴온 인도주의 활동가이다.
86년부터 아프간 난민 지원 의료팀을 만들어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내전, 탈레반 정권 수립, 미국의 아프간 침공 등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동북부 산악 지역에서 무의촌 진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은 전쟁으로 파괴된 아프간인들의 생활기반 재건을 위해 우물을 파고 관개용수로를 건설하는 수자원 확보와 이를 이용한 농사지원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를 돕기 위해 활동 초기부터 후쿠오카에서 결성된 비정부기구 ‘페샤와르 모임’에 따르면 모임은 나카무라씨를 현지 대표로 현재 파키스탄과 아프간에 병원 1곳과 진료소 2곳을 운영 중이며 연간 진료환자만 8만7,000명(2006년 기준)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자위대 파견을 준비하기 위해 이날 외무성, 방위성, 자위대 간부 등 약 10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아프간에 파견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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