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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슬픈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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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슬픈 태극기

입력
2008.06.0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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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은 참 슬픈 날이다.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이 생각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있는가? 국민을 위해 국가가 있는가? 국민이 먼저인가, 국가가 먼저인가? 국민이 먼저고, 국민을 위해 국가가 있다는 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말할 테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언제든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국가가 제대로였다면, 국가가 그러한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했다면, 권력자들이 정치를 잘했다면, 그릇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애국선열과 국군장병은 죽어야할 까닭이 없었다.

그분들께서 진정 국가보다 먼저인 국민을 위해 죽었다면 저승에서 하나도 슬프지 않을 테다. 하지만 그분들께서 국가나 국민이 아닌 권력자들의 욕심과 실수 때문에 죽은 것이라면 그 얼마나 억울할 텐가. 오늘 대통령 이하 정부요인들은 국립묘지에서 참배한다. 그들은 건성으로 참배해서는 안 된다. 정권 출범 이후 석 달 동안, 그들은 국민을 화나게 했다. 이 땅의 부모형제를 위해 죽어야만 했던 저 하늘의 영혼들을 슬프게 했다. 슬픈 태극기 앞에서 대오각성하고 오기를!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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