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걸어온 지난 54년의 성상(星霜)은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과감한 실행력으로 시대를 선도해온 도전의 역사였다. 한 시대, 혹은 한 시기가 열릴 때마다 우리사회의 당면문제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참신한 기획으로 신선한 충격과 화두를 던졌다.
그 영역은 한국인의 기상을 세계에 떨친 에베레스트 등정과 남극 탐험을 비롯해 고대사부터 일제시대 독립운동사로 이어지는 미답의 한국사, 신세대 탐험, 문학기행, 월드리포트 등 모든 현안을 망라한 것이었다. 한국일보의 수많은 기획들이 한국 언론계와 한국사회의 흐름을 주도하며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보통명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기획을 살펴본다.
■ 우리 역사를 찾아서
한국일보는 1964년 창간 10주년 기획으로 우리 고대사 탐방에 나섰다. 64년부터 무려 3개년 계획으로 이뤄진 ‘신라 오악’(五岳ㆍ토함산 지리산 계룡산 태백산 팔공산 등 신라시대 다섯 명산) 학술조사사업은 언론계는 물론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상백(李相佰)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인사들과 함께 65년 태백산 자락의 경북 봉화군 물야면 북기리에서 동양 최대의 반가사유석불을 발견했다.
이어 67년 5월15일에는 당시까지 실재 존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던 문무대왕릉을 경북 월성군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의 대왕암에서 찾아냈다. 한국일보 학술조사단에 의해 대왕암이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대왕의 무덤임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미지의 우리역사를 발굴ㆍ복원하는 작업은 1980년대 ‘재발굴-한국독립운동사’ 로 이어졌다. 창간 32주년인 86년 6월9일부터 89년 8월27일까지 3년간 140회가 연재된 이 기획물에서는 한국 언론사 최초로 공산당 및 좌익의 독립운동에 대한 본격조명이 이뤄졌다.
고대역사 탐방, 최대 반가사유석불·문무대왕릉 찾고남극·에베레스트 종횡무진… 소외계층과 '쌀 나누기'
■ 시가 있는 아침이 보여준 새로운 발상
“나같이 많은 신문을 받아보면서 많이 읽지 않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제목만 대충보고 휙휙 넘겨버린다. 그런데 내가 꼭 한가지 본문까지 읽는 것이 있다. 그 것은 한국일보 1면에 게재되는 시다.” 소설가인 고 김동리가 81년 한국일보 시단을 평가한 대목이다. 한국일보는 창간 5년 뒤인 59년부터 매주 일요일자 1면에 시를 게재해 왔는데, 70년 12월22일부터는 <매일 아침 시가 있는 지면> 을 신문의 얼굴인 1면에 냈다. 당시에 매일 시를 게재한다는 것은 신문편집 감각으로는 전례없는 일이었다. 매일>
이런 파격적인 발상은 취재영역에서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에베레스트 정상 등극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일보와 대한산악연맹이 공동 주관한 ‘77한국에베레스트 원정대’는 77년 9월15일 낮 12시50분 해발 8,848m 정상을 세계 8번째로 정복, 태극기를 꽂았다.
한국일보는 이 낭보를 9월17일자로 1면 통단 컷으로 알린데 이어 다음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취재본부를 설치하고 에베레스트 등정보고<정상에 서다> 를 작성, 44회 연재했다. 정상에>
이 같은 쾌거는 93년 1월 조혜련 기자의 세종기지 현장 취재<제7대륙 남극을 가다> , 창간 40돌 기념 94년 남극극점 탐험과 베링해협 탐험으로 이어졌다. 제7대륙>
언론과 문학의 만남 '문학기행' 팬클럽까지 생겨나80년대 신세대 해부·글로벌 경제 현장 생중계 찬사
■ 소외된 이웃과 함께한 반세기
한국일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사랑의 쌀 나누기’ 범국민 캠페인을 90년 3ㆍ1절 71주년을 맞아 펼쳤다. 9년 연이은 풍작으로 남아도는 쌀을 국민의 성금으로 사들여 불우이웃과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직접 나눠주기 위한 것이었다.
3년간 계속된 이 캠페인은 국내ㆍ해외 교포 60만여명이 참여, 65억이 모금됐다. 이 가운데 사랑의 쌀 1만 가마(8억3,000만원 상당)는 북한에 보내졌다. 국내 뿐 아니라 필리핀 방글라데시 에디오피아 수단 소말리아 등 15국에도 나눠져 한국인의 인도주의 정신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 한국일보가 내놓은 ‘최초’의 기획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언론계에 특별취재반을 처음 도입한 것도 밀수실태를 고발한 65년 ‘밀수-남해(南海)작전’ 시리즈였다. 81년 7월23일 언론계 최초로 당시 문화부 차장 장명수가 집필하는 <여기자 칼럼> 이 선보이기도 했다. 94년엔 좌우로 나뉜 문단의 화합을 위해 ‘한국문학인 대회’를 주최하고, 2005년 한국일보 문학인의 밤을 열었다. 여기자>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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