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재보선 결과는 이명박 정부 100일에 대한 민심의 냉엄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대선 압승 후 6개월, 4ㆍ9 총선의 과반수 의석 확보 후 불과 50여일 지난 시점에 치러졌는데도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했다는 사실은 이명박 정부에 깊은 내상을 남기고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심은 정부 여당을 응징했고 등을 돌렸다고 평할 수 있다.
역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항상 강했다. 상대적으로 재보선 투표 참여율이 높은 노년층에서 지지세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뼈 아프다. 뒤집어 말하면 한나라당의 재보선 패배는 곧 지지층에 심각한 균열이 왔음을 뜻한다. 특히 패배한 지역 대부분이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이란 점은 심상치 않다.
지난 총선에선 한나라당은 당내 갈등 여파로 영남을 중심으로 지지층 이탈의 조짐이 보였지만, 수도권 지지세 만큼은 굳건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달랐다. 수도권 표심이 여당을 떠났고 기초단체장, 광역ㆍ기초의원 선거를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총선과 재보선 사이엔 쇠고기 파문이 있었다. 일단 그 때문에 표심이 급회전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이명박 정부가 인사, 경제운용, 대외관계 등에서 보여줬던 오만과 미숙함에 대해 가혹한 중간평가를 내렸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듯 하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선전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교두보를 확보한 점은 고무적이다. 대선 총선에서 잇달아 수도권을 내주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민주당으로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을 등진 민심을 완전히 끌어안지 못했다는 평가도 엄존한다. 경기 포천시장과 강원 고성군수 등을 무소속이 차지한 결과는 민주당이 대안 세력으로서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결과는 4년 전인 2004년과 ‘데칼코마니’처럼 일치한다. 당시 17대 총선에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은 50여일 뒤 6월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이후 재보선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등돌린 민심도 끝내 돌아서지 않았다. 한나라당으로선 이번의 패배가 무척 거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패배 책임을 놓고 당정간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거리 두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쇠고기 파문으로 난감해진 이 대통령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민심의 성적표를 받아 든 여권은 이제부터 궤도수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성적표를 무시한 채 오만한 국정 운영이 계속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타산지석이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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