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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분주했던 공사장에 "운반비 인상" 구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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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분주했던 공사장에 "운반비 인상" 구호만

입력
2008.06.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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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신도시 운남동. 확성기 소리와 구호 소리가 휴일(6일) 오전의 한적함을 깬다. 길 옆에는 덤프트럭 50여대가 길게 세워져 있고, 200여명의 덤프 기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올초 리터당 1,500원 하던 경유가 2,000원을 넘어섰는데 운반비는 그대로 입니다. 집에 월 150만원 가져가기도 빠듯해요. 그나마 타이어라도 교체하면 정말 손가락만 빨아야 합니다.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올해로 덤프트럭기사 경력 10년째인 김모(40)씨의 말이다.

경제특구인 영종도에서 항공ㆍ물류 배후도시로 조성중인 영종하늘도시(578만평) 공사는 현재 보름째 올스톱 상태다. 공사 현장에 투입되던 덤프트럭 40대와 포크레인 10여대, 굴삭기 10여대가 지난 24일부터 운행거부에 들어갔다.

운행중단 공사장 확산

보름 전까지만 해도 영종하늘도시 공사현장은 암벽 깎는 소리와 흙과 운반 돌을 쉴새 없이 나르는 덤프트럭으로 활기찬 곳이었다. 인구 12만명의 자족도시를 표방한 영종하늘도시는 지난해 12월 착공돼 2020년(1단계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기름값 폭등이후 황량한 현장으로 방치되고 있다.

지난 보름새 영종도에선 버려진 공사현장이 하나 둘씩 늘어 나고 있다. 운북동 예단포와 중산을 잇는 도로공사 현장은 절개된 산에서 나온 바위와 흙이 그대로 쌓여있다. 역시 경유값 인상분을 반영해 달라며 덤프트럭이 운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2단계 사업장 7,8,9 공구의 야산에도 깎인 바위들이 그냥 나뒹굴고 있다. 항공기의 안전 이ㆍ착륙을 위해 안전고도에 맞춰 깎았던 석산에서 나온 돌들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안전에 위험한 새들의 서식지가 되고 있는 활주로 주변습지를 이 곳에서 나온 돌로 메울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유값 파동으로 언제 재개될 지 모르는 상태다.

끝이 안보인다

이처럼 유가 급등으로 멈춘 공사장이 늘고 있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영종하늘신도시 개발자인 토지공사와 시공사인 GS건설 등은 덤프트럭 기사들과 그 동안 6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은 번번히 결렬됐다.

현재 덤프트럭 1대당 하루 운반비는 27만원. 기사들은 기본운반비 25만원을 보장하고 유류값 15만~17만원을 원청 시공사가 부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토공 관계자는 “경유값 폭등으로 트럭기사들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떻게 한꺼번에 27만원에서 42만원으로 인상해 줄 수 있겠는가”며 “시공사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언제 공사가 재개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기름값이 내리기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김종근 인천건설기계지부장은 “운반비가 현실화 될 때 까지 영종도에서 운행하는 덤프트럭은 한대도 없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운행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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