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차량에 실린 현금 2억6,700만원을 탈취해 달아났던 범인이 범행 20여일 만에 검거됐으나 ‘초호화 도피 생활’때문에 남은 돈은 고작 2,000여만원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강남구 청담동 편의점 앞에서 현금 2억6,700만원이 든 현금수송차량을 몰고 달아난 혐의(절도)로 허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달 17일 범행 직후 광진구 광장동 중고차 매매상에서 현금 8,000만원을 주고 BMW 승용차를 구입했다. BMW 승용차를 택한 것은 “평소 너무나 타보고 싶었던 차”였기 때문. 하지만 경찰이 승용차 구입 사실을 알아채고 수사망을 좁혀오자 허씨는 이틀 뒤 BMW 승용차를 정릉동에 버린 뒤 택시를 타고 부산으로 도주했다.
허씨는 부산으로 가는 도중 “사기 수배를 받고 있는데 부산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며 택시기사에게 100만원을 주며 경찰 단속을 피해줄 것을 부탁했다. 택시기사는 허씨와의 약속대로 허씨를 트렁크에 태운 뒤 단속 경찰을 속였고, 허씨는 부산으로 무사히 잠입했다.
허씨는 10여일 동안 부산에서 머물다 1일 서울에 올라와 여자친구(28)와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하루 이용료가 40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호텔에서 머물렀다.
경찰이 허씨가 사용하는 대포폰의 위치를 추적해 그가 머물러 온 특급 호텔을 덮쳤을 때 그의 수중에 남아 있던 돈은 단 2,400만원. 범행 후 2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려 2억4,000여만원을 탕진한 것이다.
경찰은 BMW 승용차 구입비 8,000만원, 호텔비 등 도피 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 1억4,000여만원의 사용처를 조사 중이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을 하다 1억원 가량의 빚을 져 이를 갚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채권자의 신분을 파악, 허씨가 실제 채무를 변제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사실일 경우 변제금액을 압수할 방침이다.
경찰 조사에서 허씨는 주로 고급호텔을 전전한 이유에 대해 “신분 확인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경찰 검문 등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가 6일 자정께 검거됐을 때 투숙했던 호텔은 하루 객실 이용료가 35-40만원인 고급 호텔이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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