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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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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입력
2008.06.0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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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예이츠 지음ㆍ추선영 옮김/이후 발행ㆍ426쪽 1만6,000원

하늘을 찌를 듯한 맨해튼의 마천루, 석양빛을 반사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환상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

우리에게 흔히 미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 상징들은 문자 그대로 이 나라를 아름답고 부유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상상하게 하는 아이콘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여기서 미국의 맨얼굴을 만나볼 수 있을까.

미국 피츠버그대 존스타운 캠퍼스에서 32년간 경제학을 가르쳤던 지은이는 55세가 된 2001년 학교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 책은 이들 부부가 펜실베이니아, 와이오밍, 오리건, 뉴욕, 마이애미, 콜로라도 등으로 이어지는 5년간의 여정을 기록한 여행서다.

값싼 숙박업소와 세탁소, 미술관, 음식점 같은 정보가 수록돼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행서임에 분명하지만 평생 강단에서 노동과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의 관심은 어떤 명승지를 가야하는지, 값싸게 쇼핑할 곳은 어디인지 같은 것들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과 주민들이 인종ㆍ성ㆍ계급에 따라 어떻게 나눠지는지 등이다.

저자는 와이오밍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관광호텔 프론트데스크의 직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뉴욕에서 좌파 잡지 ‘먼슬리 리뷰’의 편집을 맡기도 하면서 삶의 현실로 섞여 들어간다. 책에는 그가 몸소 체험한 미국사회의 불평등문제, 노동문제, 환경문제, 인종문제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가령 그는 시간당 6.25달러를 받는 국립공원 관광호텔 직원으로 일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도록 고용주들이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관찰하고, 왜 노동자들은 이런 불만의 구조적 문제를 파고들기보다는 약자인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식으로 해소하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미식가를 위한 40달러 짜리 햄버거가 날개돋친 듯 팔리는 반면, 연 소득이 1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가 7분의 1에 달하는 뉴욕에서 거주해본 뒤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정의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곳은 당연히 맨해튼”이라고 선언한다.

또한 캘리포니아 중앙계곡 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올리브, 포도, 면화 등의 기업형 농장의 풍경 앞에서는 과도한 살충제 살포와 환경파괴-수자원의 낭비-막대한 정부보조금의 지급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미국의 농업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국부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점점 열악해져가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 자본의 논리 속에 훼손돼가는 자연공간 등은 금문교나 디즈니랜드 같은 포장 뒤에 가려진 미국의 맨얼굴이었던 셈이다.

지금까지 ‘미국’이라는 정원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피상적 아름다움을 감상했던 이라면, 이 책은 정원 안으로 들어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작은 벌레와 낙엽 같은 미국적 삶의 진상(眞相)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원제 ‘Cheap motels and a hot plate’(2006)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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