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임선혜(32)는 지난 주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 의 주인공 일리야 공주를 불렀다. 다음주부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바로크 오페라 <아르타세르세> 에 출연한다. 아르타세르세> 이도메네오>
두 공연 사이 짧은 틈을 내 귀국한 임선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쳤다. “솔직히 이렇게 꾸준히 하게될 줄은 몰랐어요. 1, 2년 이러다 말겠지 했거든요. 유학갈 때도 최고의 프리마돈나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었어요. 그저 내게 능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뭔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어요. 하지만 그 하루를 의미있게 살기 위해 노력했죠.” 임선혜의 말과 표정에서 여유로움과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임선혜는 요즘 젊은 한국 소프라노 가운데 단연 손꼽힌다. 특히 동양인 성악가들의 활약이 미미한 고음악 분야에서 그가 거두고 있는 성과는 놀랍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98년 독일로 유학간 임선혜는 이듬해 대타로 출연한 콘서트에서 고음악계 거장 필립 헤레베헤의 눈에 띄면서 고음악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지금은 르네 야콥스, 지기스발트 쿠이켄, 파비오 비온디 등 바로크 음악 권위자들의 총애를 받는 존재가 됐다.
특히 세계적 주목을 받는 야콥스의 모차르트 오페라 음반 <티토 왕의 자비> , <돈 조반니> 에 잇따라 참여한 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이도메네오> 를 녹음한다. 새 소리처럼 맑고 가벼우면서도 서정적인 음색에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이도메네오> 돈> 티토>
임선혜가 유독 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아나운서 혹은 배우였다. 혼자 있을 때면 상황을 설정해놓고 모노드라마를 하며 연기나 표정 연습을 하는 게 오랜 취미다. 그는 “요즘도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거리를 무대삼고, 가로등을 조명삼아 일인극을 하곤 한다”며 웃었다.
그에게도 설움과 기다림의 시간이 적지 않았다. 계약이 추진되던 매니지먼트사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거절 편지를 보내왔고, 지휘자의 오디션을 통과하고도 연출자가 반대해 오페라 출연이 무산된 적도 여러 번이다.
“동양인은 과감한 연기를 못한다는 편견 때문이었어요. 너무 억울해서 펑펑 울면서 나중에 꼭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은 그런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임선혜는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국내 독창회를 연다. 오늘날의 그를 만들어준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공연이다. “서울대 시절의 박노경 선생님, 칼스루에 국립음대의 롤란트 헤르만 선생님은 부모님 같은 분들이세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노래를 가르쳐주신 최대석 선생님은 제 노래의 수호천사시구요.”
슈만, 볼프, 슈베르트, 리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윤이상 등의 가곡을 부른다. 반주는 피아니스트 유영욱. 공연 문의 (02) 548-448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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